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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의 걷기 - 몸과 마음을 살리는 걷기는 따로 있다
애너벨 스트리츠 지음, 김주희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5년 12월
평점 :
*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걷기 열풍이 거세다. 하루에 1시간을 걸어야 하는지, 아니면 1만보를 걸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도 있다.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걸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걷기만으로는 부족하고 약간은 속도가 붙는 슬로우 러닝을 추천하는 사람도 있다. 사람들의 의견이 어찌되었든 어느 때보다도 걷기가 가져다주는 건강에 대한 효과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만큼은 명확하다.
걷기가 건강에 도움이 되려면 어떻게 걸어야 할까? 또는 걷는 방식에도 효과의 차이가 있을까? 아침에 걸어야 할까? 저녁에 걸어야 할까? 주간에 매일 조금씩이라도 걷는 것이 효과적일까? 아니면 주말처럼 한 기간에 몰아서 걷는 것이 도움이 될까? 건강을 위해 걷는 사람들은 단순한 걷기에도 다양한 물음을 던진다.
물론 이에 대한 답변은 제 각각 다르다. 정해진 답은 없는 듯 하다. 이렇게 걷기의 효과는 늘 걷는 행위 그 자체에 집중을 한다. 하지만 필자는 <치유의 걷기>를 통해 걷기의 치유 효과를 강조한다. 걷기 행위 그 자체보다는 걸으면서 보는 다양한 경관을 통해 뇌에 자극을 주는 과정을 설명한다. 경관이 건강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강조하고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이를 입증한다.
우리의 마음이 특정 감정을 불러 일으킬 때 스스로를 특정 장소로 향하게 하는 것은 모두 이런 치유 효과의 한 단면일 것이다. 우리의 뇌는 일상적인 장소와 의미 있는 장소를 매우 다른 방식으로 처리한다. 의미 있는 장소를 그 당시를 떠올리게 하며, 강한 감정적 반응을 유발함으로써 신체적, 심리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걸으면서 보는 다양한 경관들이 우리 정신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보여준다.

우리의 몸은 우리가 걷는 방식, 걷는 방향, 심지어는 걷는 시기에 따라 다양하게 반응한다. 하지만 우리가 걷는 곳의 경관도 인체에 생화학적인 반응을 일으킨다는 사실은 잘 모른다. 이는 전문가들이 체육관에서 벽을 보면서 트레드밀 위를 달리는 것보다 하천변, 강변, 둘레길 등에서 달리는 것을 추천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필자는 숲, 해안, 시골길, 언덕 등 20가지에 달하는 서로 다른 다양한 걷기 코스를 통해 우리가 치유받을 수 있는 감정들을 소개한다. 각각의 장소들이 어떤 정서와 감동을 제공하는지 읽다보면 나도 모르고 있었던 새로운 감정들을 꺼내볼 수 있을 것이다. 나도 모르는 나의 내면 깊숙히 존재하는 것을 마치 누군가가 친절하게 안내하는 느낌을 받는다.
걸으면서 걷는 경관들은 마치 위약 효과처럼 많은 치유의 효과를 보이기도 한다. 특히 성지 순례처럼 특정 의미를 가진 곳을 걷는 것은 이런 효과를 극대화한다. 실제로 장소를 영적인 분위기로 꾸미는 것만으로도 초월적인 경험을 한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위약의 치유 효과는 인간의 믿음과 생각, 기대감에서 나오는 것으로 생리학적 치유반응을 촉발할 수 있음이 이미 증명되었다.
걷기는 그 행위 자체만으로도 건강에 좋지만 걸으면서 보게 되는 경관들, 그리고 그 경관들에 특별한 의미 부여를 할 수 있다면 신체적 건강은 물론이고 정신적 건강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답답한 건물 안을 벗어나 자연을 벗 삼아 잠깐 걸을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하는 이유이다. 그 동안 내 생활에서 밀려나 있던 자연으로의 산책을 다시 시작해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