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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땜 이론 - 손실을 기회로 바꾸는 리스크 사고의 기술
이동우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25년 11월
평점 :
*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한 국가의 문화적 가치와 유산은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친다. 실패를 다루는 시각도 이 문화적 관점에 따라 달라진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실패를 성공을 위한 경험 또는 자산으로 여긴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의 실패는 곧 패배를 의미한다. 실패를 소중한 경험 자산으로 여기는 문화는 실패를 독려해서 성장으로 이끌지만, 패배로 여기는 문화는 주저하게 만든다.
대한민국의 기업들은 단 한 번의 실수로 회사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실수는 곧 회사를 망하게 하는 큰 실패라는 생각이 깔려 있는 것이다. 이는 기업 구성원들의 도전과 혁신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필자는 글로벌 시대에서 제대로 경쟁하기 위해서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통제 가능한 작은 실패를 토해 학습하는 문화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액땜은 일상에서 일어난 작은 일을 통해 큰 사고를 예방했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우리 조상들의 긍정적인 사고방식이지만 불확실성이 일상이 된 요즘에 반드시 필요한 생존전략이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오히려 작은 실패를 경험하고 그 속에서 더 배우고 더 큰 재앙을 피하는 것이 현명함을 보여준다. 마치 예방주사를 통해 면역력을 확보하는 것처럼 작은 손실로 큰 위험을 막는 지혜가 담긴 경영철학이다.
위기를 예외적 사건으로 보는 서구와 달리 위기를 일상적 변수로 받아들이는 한국 기업들은 IMF, 2008년 금융위기, 코로나 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독특한 위기 면역 체계를 진화시켰고, 이는 필자가 말하는 액땜이론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타이레놀 사건, 토요타 리콜 사태, 삼성전자의 배터리 폭발사건에 대한 현명한 대응은 작은 실패를 통한 학습을 제대로 보여준 사례라 볼 수 있다.

필자는 액땜이론의 본질을 4가지로 설명한다. 먼저 통제 불가능이다. 아무리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도 예상하지 못한 변수는 항상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완벽한 통제는 불가능하다는 현실 인식이 있어야 한다. 다음은 작은 손실을 통해 더 큰 위험을 학습하고 대비하는 지혜이다. 손실, 실패는 당연한 것이며, 가급적 작은 실패를 통해 더 큰 위험을 미리 예방할 수 있는 면역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인 경영전략과 달리 실패를 적극적으로 경험하면서 손실회피 성향과 반대로 행동하는 것이다.
셋째, 실패와 손실의 긍정적인 면을 활용하는 것이다. 서구 기업들은 실리콘 밸리의 'Fail Fast, Learn Faster', 페이스북의 'Move Fast and Break Things'처럼 실패를 적극 장려한다. 반면 한국 기업은 책임 소재를 따져서 비난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즉 한국에서는 실패하면 "왜 그런 실수를 했나?"고 추궁하지만 미국에서는 "실패를 통해 무엇을 배웠나?"라고 묻는 것이다.
사실 액땜이론에서 가장 중요한 본질은 네번째이다.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참착함과 유머를 잃지 않는 정신력이다. 이는 에이미 에드먼슨 교수가 강조한 심리적 안전감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즉 조직 문화 자체가 실패를 처벌의 대상이 아니라 학습의 기회로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액땜이론은 결국 한국인의 심리적 안전판을 경영철학으로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정확한 예측은 불가능하다. 이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작은 실패를 경험하고 학습하는 것이다. 그리고 작은 실패를 통해 충격을 이겨내는 법을 배우고, 다시 회복하는 회복탄력성을 기르는 것이 관건이다. 액땜이론은 바로 그 적응력을 키우는 실전 프레임워크라 할 수 있다. 액땜이론은 전략적 실패를 통해 조직 전체의 면역력을 기르는 실전 경영전략으로 손색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