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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 않는 대화 - 2,400년간 성공하는 사람들만이 알았던 아리스토텔레스의 대화 전략
다카하시 겐타로 지음, 양혜윤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5년 7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다양한 설득의 상황에 놓이게 된다. 보통은 논리적인 설득이 필요하지만 때와 상황에 따라 감성적인 설득이 필요할 때도 있다. 감정을 건드리면서 논리적으로 설득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학교에서는 이런 설득의 기술을 가르치지 않는다. 설득의 기술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인간관계 속에서 터득해야할 인생의 기술이다.
필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을 기반으로 거의 신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는 설득의 기술을 설명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하는 사람의 인성, 듣는 사람의 감정, 그리고 말하는 내용의 논리성이 사람을 설득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말한다. 설득은 결국 말하는 사람, 듣는 사람, 그리고 내용의 논리성이라는 조건이 잘 갖추어져야 가능한 복잡한 과정이다.
세상에는 옳은 말이 있고 옳지 못한 말이 있다. 명확하게 구분되지는 않지만 대체적으로 인정되는 영역이 있다. 하지만 인간은 옳은 말을 듣는다고 항상 설득되지는 않는다. 전직 대통령이 탄핵되는 사태를 보면서 한 가지 현상을 보면서 어떻게 정반대의 판단을 내릴 수 있을까하는 의문을 품었다. 누가 봐도 맞는 것을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답답함을 느꼈다. 물론 이런 전제도 나의 편견이 들어가서 틀린 것일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이번 사태를 통해 명확하게 느낀 것은 말하는 내용의 올바름, 즉 옳고 그름이 설득을 위해 필수적이지는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의 설득 요소임에는 틀림없다. 철학자들은 남을 설득할 때 절대 어려운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들은 가장 평범한 말로 설득한다. 잘 모르는 사람이 온갖 현학적인 표현으로 말을 하지만 듣는 사람은 감흥을 느끼지 못할 뿐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설득하기 위해서는 3가지 조건에 의해서 설득하는 자신이 훌륭한 사람이라고 납득시키라고 말한다. 말하는 사람의 인성을 통해 설득의 기본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듣는 사람을 인정하고, 그들의 감정을 설득의 기준으로 삼으라고 말한다. 설득은 듣는 사람을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행위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논리적으로 설득하기 위해서 정리한 설득의 방식들을 가르쳐 '토포스'라고 한다.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지만 토포스는 설득을 위한 필승 패턴 정도로 이해하면 좋을 듯 하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설득의 모델로 활용한 토포스는 3장에서 14가지 유형으로 설명한다. 우리가 이미 사용하는 형태도 있고, 처음 접하는 유형도 있다. 토포스는 전달하려고 하는 말에 담긴 내용의 설득력을 높이는 장치로 작용한다.
우리가 가장 많이 접하는 명언들의 형태는 '정의의 토포스'를 활용하는 것이다. 먼저 'A는 B다'라는 정의를 사전에 주입하고, 그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면서 설득력을 높이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인생은 시련의 연속이다. 따라서 기대와는 다른 결과를 맞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더욱 열심히 하자."라는 형태를 갖는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정의를 잘 내렸는지가 아니라 청중이 충분히 납득할만한 정의인지이다. 청중이 공감할 수 없는 정의를 내린다면 그 이후에 나오는 근거 또한 설득력이 떨어진다. 예를 들어 "모든 임직원은 가족이다."라는 정의를 제시한다면 과연 모든 임직원들이 공감할 것인가? 이럴 때는 정의 자체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
설득은 말로 상대방을 이기려는 행위가 아니다. 상대방을 이해하고 상대방이 납득할 수 있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행위이다. 따라서 설득은 남을 공격하는 무기가 아니라 원만한 합의를 위한 도구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설득을 위해서는 말하는 사람의 인성이 좋아야 하고, 전달하려는 내용의 논리성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 전에 상대방의 상식에서 출발하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말하는 것이 어려운 사람, 말은 잘 하지만 남을 설득하는 것이 어려운 사람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을 잘 풀어놓은 이 책을 추천한다. 설득은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움직이는 데 핵심이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