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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지키는 나라 - 싸우고 증명하며 기록한 112일간의 탄핵심판 이야기
대통령(윤석열) 탄핵소추위원 법률 대리인단.국회 소추위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지음 / 푸른숲 / 2025년 7월
평점 :
*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시대,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은 시대에 스스로 참담함을 금할 수 없었다. 인지상정. 사람이라면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사태가 계속되었다. 물론 여전히 진행형이다. 국민이 부여한 권력을 함부로 행사한 리더를 심판하는 것이 이렇게 힘들 일인가? 심지어 조선시대에도 없었던 권력 폭거를 내가 사는 21세기에 볼 줄이야.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보던 계엄선포를 겪고 보니 무슨 일이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나는 정치적인 의견이 강하지 않다. 흔히 말하는 빨간색과 파란색의 정치색에 물들지 않는다. 다만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차원에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좋다. 대통령이든 정치인이든 위임받은 권한을 국민을 위해 충실히 사용하는지가 나의 판단 기준이다.
그래서 당파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들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어떤 것이 국민을 위한 일이고, 나라 전체를 위한 일인지를 생각할 줄 아는 리더가 그립다. 3년 간의 끝이 비상계엄 선포로 이어지면서 대한민국의 시스템이 잘 작동하리라 믿었다. 하지만 잘 갖추어진 시스템은 그것을 운영하는 사람들에 의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을 보고 얼마나 화가 났는지 모른다.
지난 3년 동안 나라가 어떻게 망가졌는지, 말도 안되는 비상계엄 선포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현직 대통령의 2번째 탄핵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그리고 대한민국이 어떻게 정상화되어 가고 있는지 인터넷에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이런 기록들은 분산되어 있어 무언가 정리된 자료를 찾고 있었다. 그렇게 <국민이 지키는 나라>라는 책을 만나게 되었고, 어느 정도 정리를 할 수 있었다.
112일간의 길고 긴 탄핵심판 사건을 제대로 마무리하고, 대한민국을 다시 정상 궤도로 나아갈 수 있게 이끌었던 국회 탄핵소추 대리인단 17명과 알려지지 않은 숨은 조력자들의 노력에 눈물이 난다. 현장에서 역사를 만들어간 17명의 살아있는 이야기와 정청래 국회의원의 이야기가 오늘의 대한민국을 지켜낸 원동력이 된다.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치열했던 112일의 이야기가 대한민국을 더 사랑해야 하는 이유를 제공한다.

탄핵심판에 함께 했던 국회의원, 대리인단 외에도 책에서 소개된 많은 숨은 주역들이 있다. 자꾸 책을 읽는데 울컥하는 마음이 올라와서 많이 감동스러우면서도 힘들었다. 마치 영화 <택시운전사>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의 연속이다. 왜 우리는 겪지 않아도 되는 일을 겪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번 탄핵심판이 국회 소추위원을 대표하는 정청래 국회의원의 이야기를 통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국회의원과 그 보좌관들이 객관적인 증거 수집를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뛰어다니는 장면이 연상이 되니 새삼 고마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국회 사무처의 전폭적인 지원도 큰 몫을 한 것 같다. 국회 속기사분들의 협력, 국회 방호과 직원들의 몸을 날린 헌신적인 경호가 없었다면 또 다른 서부지법 폭동사태가 있었을 것이라 생각될 정도였다.
112일 동안 24시간 국회 탄핵소추단을 경호했던 종로경찰서 경호팀들의 노고 덕분에 한 명도 다치지 않고 재판을 진행할 수 있었다는 말에 소름이 머리까지 돋았다. 대한민국이 이렇게까지 망가질 수 있었을까? 옳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목숨의 위협을 받아야 하는 게 맞을까? 외국에서만 보던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지고, 국민들이 서로 편을 갈라 대립을 하는 이런 상황은 누가 만들었을까?
추운 겨울에도 은박 담요를 두르고 소리 없는 저항을 했던 국민들과 함께 헌신을 아끼지 않았던 대리인단, 그리고 그들은 보이지 않은 곳에서 도운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대한민국은 다시 정상적인 상황으로 나아가고 있다. 전세계가 경제전쟁으로 치닿는 이 시대에 국내의 소란으로 국민들을 힘들게 하는 것이 과연 리더의 역할이 맞는지 한 번 더 성찰하게 하는 책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정신을 부디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