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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고 - 대항해 시대와 우연의 역사 ㅣ 츠바이크 선집 (이화북스) 4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육혜원 옮김 / 이화북스 / 2025년 6월
평점 :
*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이 때로는 사실이 아닌 경우가 있다. 사실이라고 믿었던 것들의 진실. '세계사를 훔친 오류와 우연의 역사'라는 부제가 눈에 띄어서 선택하게 된 <아메리고>. 아메리카 대륙의 발견과 그 대륙의 명명에 관한 많은 역사적 시행착오를 다룬다. 왜 아메리카 대륙은 '아메리카'로 명명되었을까?
우리는 아메리카 대륙의 이름이 아메리고 베스푸치에서 왔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왜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지도 않고 그 땅을 처음 밟은 사람도 아닌 사람의 이름을 따게 된 것일까? 베스푸치에 대한 많은 오해와 찬사,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 상반된 평가가 어떻게 발전했는지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일명 '베스푸치 사건'이다.
필자에 의하면 아메리고 베스푸치의 기여는 인도로 가는 가장 가까운 항로를 찾았다고 믿은 크리스토퍼 콜럼비아의 오류를 수정한 것 밖에 없다. 아메리카 대륙의 발견에 어떤 공도 없는 그의 이름이 쓰이게 된 데에는 지도 제작자인 마르틴 발트 제뮐러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베스푸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신대륙의 발견자가 되어 있었다.
제뮐러는 <지리학 입문>이라는 책에서 베스푸치를 신대륙의 발견자로 기록한다. 이 책은 라틴어로 씌여졌고, 아메리고의 라틴어의 아메리쿠스를 제시했다. 당시 대륙의 이름에 여성형 이름을 붙였는데, 지도제작자는 이번에는 과감하게 아메리쿠스의 남성형인 아메리카라고 명명한다. 이것이 아메리카 대륙을 역사 속으로 끌고 온 최초의 사건이자 가장 큰 오류 중 하나가 되었다.
인쇄업자들은 여행 기록을 담은 팸플릿을 통해 베스푸치를 당대 최고의 탐험가로 만들어 간다. 필자인 츠바이크는 아메리카 대륙을 둘러싼 베스푸치와 콜럼버스의 치열한 역사전 논쟁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면서 역사적 오류와 우연의 역사를 풀어낸다. 베스푸치는 역사적인 사기꾼인지, 아니면 인쇄업자들의 만들어진 역사인지, 아니면 의도하지 않은 역사적 오류와 우연, 그리고 인식의 문제인지.

베스푸치와 콜럼버스의 진실 논쟁. 실제로 당사자들은 전혀 관여하지 않았던 역사적 논쟁 과정은 꽤 오래 지속된다. 초반에는 아메리카 대륙 발견의 공은 베스푸치가 차지하는 방향으로 흘렀다. 그렇게 베스푸치의 명성은 하늘을 찌르다 17세기에 이르러 라스카사스 주교의 주장을 근거 콜럼버스가 부활한다. 그러나 20세기에 들어오면서 알베르토 마냐기에 의해 베스푸치는 잘못이 없고, 인쇄업자들의 의도로 왜곡되었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동설처럼 역사적 오류와 우연은 우리의 인식으로부터 기인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 필자는 아메리카 대륙의 명명에 관해서도 많은 이해관계자들에 의해 베스푸치와 콜럼버스의 논쟁이 심해지지만 결국 역사적 필연에 의한 것임을 인정한다. 실제로 베스푸치와 콜럼버스는 친한 사이였으며, 베스푸치는 이런 역사적 공을 훔칠만한 사람이 아님을 항변하는 것 같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아메리카 대륙 발견의 역사, 많은 사료를 통해 확인되는 것들은 우리가 잘못 이해하고 있는 오류를 수정해 줄 것이다. 다만 신대륙 발견의 공은 콜럼버스에게 넘긴다 해도, 식민지 총독으로서 많은 원주민을 핍박하고 죽인 콜럼버스의 이름을 따르지 않은 것은 어쩌면 역사적 사명일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