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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철학 노트 - 읽고 쓸수록 내일이 달라지는 101가지 철학자의 말
정지영 지음 / 유노책주 / 2025년 5월
평점 :
* 컬처블룸을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철학은 나에게 현실과는 동떨어진 머나먼 학문의 길이었다. 어렵기만 하던 내용은 물론이고 철학자들의 이름조차 나에게는 큰 도전이었다. 학교에서 배운 다양한 철학의 이론들은 시험공부를 위한 하나의 주제에 불과했다. 그런 철학적인 가르침이 내 삶에서 지침이 되고 도움을 줄지 알지 못했다. 아마도 삶의 지혜를 가득담은 함축적인 내용을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려서였을 것이다.
필자는 나와 같이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해 쉽고 이해할 수 있고, 삶에 지침으로 삶을 수 있는 철학 이야기를 한다. 내용도 그다지 어렵지 않고 분량도 적어서 매일 10분 한꼭지를 읽을 수 있다. 내 삶과는 별개라고 생각하고 담을 쌓고 살았던 철학이 내 삶에 들어올 수 있는 계기를 주는 책이다. 철학은 우리가 살면서 고민하는 많은 결정과 판단의 기준을 제공한다.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기준에 따라 많은 제약을 받고 살아간다. 타인의 기대와 사회의 규범 등에 제한을 받으면서 살아온 인생은 나를 잃게 만들고, 무엇이 좋은 삶인지, 나에게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철학은 이런 근본적인 물음, 그리고 그에 대한 해답을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돕는 현실적인 도구가 된다.
특히 이 책은 다른 철학책과 달리 철학노트의 형식을 빌린다. 내용을 읽는데에 그치지 않고, 노트처럼 메모하고 생각을 정리하면서 내 삶에 적용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행동을 유도한다. 책을 읽고 깨달은 문장들을 '앎'에 그치지 않고 '삶'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질문을 적고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철학자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 위에 나만의 생각을 적고 재해석을 해보는 것이다.

7가지의 삶의 테마를 다루면서 당장의 변화를 유도하지 않는다. 이 책은 내 삶을 지배하는 타인의 시선, 사회의 규범을 몰아내고 내가 스스로 옳다고 믿는 가치를 설계하고 실천하는 일을 돕는다. 나를 바꾸기 위한 시간으로 매일 10분의 시간만으로도 충분하다. 10분의 생각이 쌓이고 생각이 달라지면, 태도가 달라지면서 삶 전체가 달라질 것이다. 이런 변화는 느리고 조용하지만 강하게 일어날 것이다.
얼마전 인디아 항공기 참사가 있었다. 자주 일어나는 일은 아니지만 대형 참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늘 안타깝다. 이 사고에서 1명의 생존자가 있었고, 또 알 수 없는 이유로 늦어서 비행기를 놓친 경우도 있었다. 개인에게는 불행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나중에 생각해보면 오히려 더 행운인 경우가 많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악은 더 큰 선을 위한 조건이다'라는 말을 했다. 학교에서 배웠다면 시험을 위해 이 구절을 외우느라 그 뜻을 제대로 음미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픔을 겪는 사람들이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라는 의문을 던질 때가 있다. 아퀴나스는 악은 선과 반대되는 독립된 실체가 아니라 있어야할 선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운동을 하면 초반에는 근육에 통증이 심해진다. 근육은 미세한 손상을 겪으면서 더 강해지고, 아이는 수없이 넘어지면서 제대로 걷는 법을 배운다. 아퀴나스에 의하면 우리가 겪는 불행과 고통은 무조건 피해야 하는 나쁜 것이 아니라 개인의 깊은 성찰과 성장의 기회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에게 다가오는 불행과 고통을 '악'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벗어나 내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계기로 삼으면 좋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