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 늙어간다는 것 - 80대 독일 국민 작가의 무심한 듯 다정한 문장들
엘케 하이덴라이히 지음, 유영미 옮김 / 북라이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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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사람의 인생에는 단면만 있을 수 없다. 즐거운 일들이 있으면, 또 슬픈 일들도 생기기 마련이다. 인생의 즐겁고 슬픈 일들이 서로 설탕과 소금처럼 녹아들어서 우리 인생의 맛을 결정하는 것은 아닐까? 설탕이 양이 조금 많으면 달게 느껴지고, 소금이 조금 더 첨가되면 짠맛 가득한 인생이 되지 않겠는가?


독일의 유명한 작가 중 한 명인 필자는 말그대로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기 2년 전에 태어나서 부모의 품을 떠나 목사와 유년기를 보냈다. 대부분의 가정이 그러하듯 그년ㄴ 부모의 케어를 받지 못했고, 그렇게 떠나온 목사관에서 지적 호기심을 채울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서문에서 2가지 인생을 서술한 것처럼 삶은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


망한 인생과 멋진 인생은 해석의 차이이다. 필자가 살아온 80년 인생을 단 몇 페이지로 적어내리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니다. 그녀는 자신의 인생을 망한 버전과 멋진 버전으로 써 내려 가면서 삶은 인식의 차이임을 일러준다. 망한 인생, 멋진 인생 모두 그녀가 살아온 인생이다. 하지만 우리가 받아들이는 그녀 인생의 평가는 다를 것이다.


<나로 늙어간다는 것>은 독일의 한저 출판사가 기획한 10가지 주제 중 첫번째인 '나이듦'에 관한 에세이집이다. 나는 한 때 '나이듦'은 '죽음'과 가장 밀접한 단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아프지 않고 다치지 않으면 100세까지 살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우리를 건강하게 지킬 수 있도록 음식, 운동, 의료 등을 적절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대이다. 이런 시대에 과연 '나이듦'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나이듦'은 죽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40대 후반의 나이인 내가 '나이듦'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는 걸 보면 나이듦은 죽음보다는 '익어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라 생각한다. 익어가는 것은 더 성숙해지고 겸손해짐을 의미한다. 20~30대 같은 젊음과 패기는 없지만 자신의 한계를 알고, 세상의 지혜에 겸손해지는 것이다.




필자는 나이듦에 대한 신선한 시각을 제시한다. 나는 잘 모르겠지만 이미 80세를 살아가고 있는 그녀에게 나이듦에 대한 가장 현실적인 조언과 생각들일 것이다. 젊어서 우리는 워라밸을 외친다. 일도 중요하지만 가정도 중요하다는 말이다. 필자는 라이프 이즈 워크라고 말한다. 삶은 그 자체가 일이라는 말이다.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일도 하는 것이 바로 삶이고 나이듦이다. 특히 작가인 필자의 삶은 더욱 그럴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면 육체적 활동이 줄어들면서 자신이 하던 일을 내려놓는 경우가 많다. 사회의 중심에서 변방으로 물러나는 느낌이다. 그리고 집 밖을 나가는 일들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나이듦을 감옥이라 말한다. 자신의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지 않아서이다.


하지만 필자는 나이듦이 발코니라고 말한다. 발코니에서는 더 멀리 그리고 동시에 더 정확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발코니에서 그 동안 살아온 궤적을 멀리서 조망해볼 수 있고 세상을 좀더 넓게 바라볼 수 있다. 나이든다는 것은 좁게만 살아온 인생의 스펙트럼을 폭넓게 확장한다는 뜻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이듦을 이 책보다 더 아름답게 표현한 책은 드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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