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를 아프게 한 말들이 모두 진실은 아니었다 - 아우렐리우스편 ㅣ 세계철학전집 2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지음, 이근오 엮음 / 모티브 / 2025년 5월
평점 :
*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살다보면 유독 마음이 시끄럽고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나를 둘러싼 환경이 바뀐 게 없어도 마음이 지옥일 때가 있다. 세상에 혼자만 남겨진 것 같고, 나의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은 한 명도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때가 있다. 나만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지 않고 항상 남의 시선으로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 곳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지속적으로 교류를 해야 한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관계를 이어가다보면 나 자신을 잃어버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끌려가고 있음을 발견하는 경우가 있다.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고, 내 자신을 희생하면서 살아왔다. 하지만 보람을 느끼기보다 무언가 공허함을 지울 수 없었다. 마음이 혼란스러울 때 아우렐리우스를 만났다.
아우렐리우스는 가장 존경받는 로마의 황제 중 1명으로 재임 기간 중 화려한 업적 외에도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는 <명상록>을 남긴 사람이다. <명상록>은 누군가를 위해 쓴 것이 아니라 매일 일기처럼 자신을 돌아보고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기 위해 쓴 것이다. 그가 남긴 내용들이 지금의 내가 하고 있는 고민들과 너무 비슷해서 위안이 된다. 역사에 남을만큼 위대한 사람도 그 시대에 나와 같은 고민을 했다는 사실이 큰 위로가 된다.
혼자서는 앓고 있었던 나만의 불안함과 조급함, 나만의 기준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기준에 맞추려고 하던 날들, 나를 상처받게 하는 말들과 행동들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지혜를 일러준다. 모든 것의 중심에는 내가 있고, 나로 인해 일들이 만들어지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가치를 스스로 인정하고 의심하지 말아야 함을 깨닫게 된다.

특히 나를 가장 많이 아프게 한 것이 남들이 아니라 나 자신임을 알게 한 소중한 책이다. 인생에는 희로애락을 느끼게 하는 다양한 사건들이 발생한다. 하지만 비슷한 사건들에 대처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아우렐리우스는 사건에 대한 해석이 우리를 더 아프게 하거나 이겨낼 수 있게 한다고 말한다. 이미 일어난 일을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이후에 하는 대응을 통해 잘 극복할 수 있다는 말이다.
요즘은 책을 읽고 사색하면서 나의 기억력을 의심하기도 한다. 기억력에 문제가 생겼다기보다는 세상의 진실이 겉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생각해서이다. 우리는 본질이 아닌 겉을 보고 판단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사람의 내면을 이루는 본질을 볼 수 있는 안목이 부족한지라 겉에 드러난 현상만을 보는 것이다. 그래서 더 신중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남으로 인해서 내가 상처받지 않도록 스스로를 달래주는 법을 배워야 할 것 같다. 남에게 좋은 사람이 아니라 나 스스로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법을 배워야 하겠다. 내 삶에는 나만의 속도가 있음을 믿고 내 속도대로 가는 법을 배워야 하겠다. 꽃들도 저마다 피는 방식이 다르고 꽃 모양도 다르고 향기도 다르다. 또한 꽃들이 피고 지는 때도 다르다. 꽃들도 저마다 화려한 꽃을 피우는 시기가 다르듯, 내가 화려하게 피어날 시기가 다가오고 있음을 믿고 가려 한다.
남이 아닌 나를 챙기는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내면 담금질의 도움을 받고 싶다면 주저하지 말고 이 책을 챙길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