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 역사 수업 - 한국사로 들어가 세계사로 나오는
우현주 외 지음 / 주니어태학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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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블룸을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학교를 다닐 때는 한국사와 세계사를 각각 공부했다. 한국사와 세계사를 연대표를 비교하면서, 또는 비슷한 주제를 엮어가면서 공부를 해본 적은 없었다. 수능시험을 볼 때에는 동서양 동시대의 역사가 언급되거나 비슷한 주제의 역사가 언급될 뿐이었다. 교차해서 공부해야 하는 것은 수험생의 개인적인 일이 많았다.


이 책은 역사책에서 잘 다루지 않았던 한국사와 세계사의 역사를 관통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국사와 세계사를 따로 떼놓고 단편적으로 배웠던 역사를 서로 연결하여 동시대의 새로운 역사적 경험을 선물한다. 비슷한 시기에 한국과 세계에서 각각 벌어진 14가지 역사적 소재를 통해 평행 역사 여행을 떠날 수 있다. 현재 중고등학교 현직 교사로 활동하는 10명의 역사 선생님들의 치열한 상상력의 결실이 펼쳐진다.


시대순으로 한국사에서 중요한 14가지 역사적 사실을 따라가본다. 먼저 372년, 우리나라에서 불교가 공식적으로 인정될 때, 비슷한 시기에 유럽의 로마에서는 크리스트교가 공인되었다. 이후 동양의 역사는 불교를 통해서 번성하고, 유럽의 역사는 크리스트교의 전파를 통해 펼쳐진다.


동양과 서양의 역사가 비슷한 시기에 두 종교가 시련을 거치면서 전파되는 과정에 문화가 발전하고 국가의 흥망성쇠가 이루어지는 서사가 일어난다. 그 과정에서 선조들이 이룩한 찬란한 문화적 유산은 아직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마치 평행 우주를 살고 있는 것처럼 동양과 서양의 문명 발전사가 이렇게까지 비슷할 수 있을까?




632년, 우리나라에서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여성 군주 중 한명인 선덕여왕이 즉위한다. 비슷한 시기에 중국과 일본에서도 강력한 여성 군주가 집권한다. 남성 중심의 군주 문화에서 여성이 집권한 시기가 비슷한 것도 신기한 일이지만, 이 여성 군주들의 집권 시기에 각 나라는 탁월한 정치력을 발휘하여 통일의 기반을 마련하거나 문화적 성취의 절정을 이루었다.


여성의 지위가 많이 향상된 현대 사회에서도 아직은 여성들을 위한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지지는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실력 발휘를 하는 여성들은 많으며, 특히 한 나라의 지도자로서 능력을 인정받은 사람도 많다. 하지만 절대적인 인원 수도 적거니와 영향력 또한 강력하지 않은 듯 하다. 따라서 지금으로부터 1,500년 전에 이런 강력한 여성 군주가 나타났다는 것은 흥미로운 사실이다.




1446년, 조선의 세종은 훈민정음을 발표한다. 중국의 한자를 우대하고 한자를 최고로 여기던 문화에서 벌어진 혁신적인 일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유럽에서도 구텐베르크가 활판 인쇄술을 발명했다. 서로 다른 지역에서 발생한 사건은 이후 역사를 통째로 바꾸게 된다. 그 동안 지식으로부터 소외된 대중들의 문자생활이 가능하게 함으로써 문화적 부흥을 이끌었다.


권력층 소수만 누릴 수 있었던 정보에 대한 접근권이 대중에게도 열린 획기적인 사건이다. 아마 이 사건이 없었다면 오늘날과 같은 최첨단 정보기술 시대는 절대 오지 않았을 것이다. 여전히 특권 계층들의 정보 독점으로 봉건시대의 신분제가 유지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현직 교사들이 고민한 한국사와 세계사를 관통하는 흥미로운 14가지 주제를 읽다보면, 현재와 같이 교통과 통신이 발달하지 않은 시대에 어떻게 이런 유사한 역사적 사실들이 동시에 일어날 수 있었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마치 누군가가 하늘에서 보고 조정한 것처럼 말이다. 한국사와 세계사를 아우르는 역사적 안목을 기를 수 있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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