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의 글쓰기 철학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오광일 옮김 / 유아이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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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쇼펜하우어는 독일의 뛰어난 철학자이면서 뛰어난 글을 쓰는 타고난 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가 글쓰기 책을 별도로 남긴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은 그가 생전에 남긴 <소품과 부록>에 실린 내용 중에 글쓰기와 관련된 내용을 모아 출간된 것이다. 어렵지 않으면서 핵심적인 글쓰기의 지침이 잘 드러난다. 작가의 능력뿐 아니라 대중적 인기와 같은 외부적 요인을 강조한 그의 글쓰기 노하우가 궁금하다.


지금 시대는 마치 책을 쓰지 못한 사람은 이상한 사람처럼 되어 가고 있다. 말 그대로 책 출판의 전성시대이다. 하지만 그 많은 책들 중에서 읽을만한 책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특히 다양한 분야에서 돈을 버는 데 성공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마치 자서전처럼 책을 써대고 있다. 가끔은 내가 왜 이런 책을 읽고 있나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래서 40대가 넘어가면서 책을 고르는데 좀더 신중을 기하게 되었고, 가급적 검증된 책을 고르게 된다. 아직 독서 체력이 단단하지는 않지만 세월을 거쳐 검증된 인문고전에 도전해 보려 한다. 아마도 쇼펜하우어도 고전 작품을 읽는 것이 글쓰기에 중요한 핵심 중에 하나라는 것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고대의 고전이 글쓰기의 가장 좋은 본보기라고 강조한 것을 보면 말이다.


쇼펜하우어는 글로써 밥벌이를 하는 자들이 너무 많다고 개탄했으며, 글쓰기 기술자들의 현란한 유혹을 경계하라고 했다. 마치 지금 시대에 넘쳐나는 글쓰기, 책쓰기 열풍을 미리 경고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해본다. 글을 쓰는 사람은 지금뿐 아니라 세월이 흘러서도 후대에까지 지속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말한다. 좋은 글은 반짝 유행을 타는 것이 아니라 인류의 역사 속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글쓰기에서 다독을 강조하는 일반적인 상식을 벗어나, 무엇보다 작가로서의 자신이 생각과 의지가 중요함을 강조한다. 책의 내용을 음미하면서 고민하지 않고 책만 읽는 것이 자신의 머릿 속을 남의 생각으로 가득 채우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물론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는 것이 좋겠지만 생각과 의지를 최우선 순위로 해야 한다는 말을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쇼펜하우어는 '작가의 자격'으로 책을 시작한다. 작가의 자격을 논하면서 작가의 2가지 유형과 3가지 부류를 설명한다. 작가는 자신의 생각이나 경험 등 가치 있는 것들을 공유하기 위해 책을 쓰는 유형이 있고,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글을 쓰는 유형이 있다. 특히 돈벌이를 위해 글을 쓰는 사람들의 글은 부풀려지고 지나치게 상업성에 치우쳐서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이익을 취하기 위해 글을 쓰는 순간 '돈의 저주'에 걸리게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작가는 3가지 부류로 나눈다. 생각 없이 글을 쓰는 사람, 글을 쓰면서 생각하는 사람, 그리고 글을 쓰기 전에 먼저 깊이 생각하는 작가가 있다. 앞의 두 부류는 사람, 마지막은 작가라는 말을 붙인 것으로 보아 쇼펜하우어가 작가의 자격으로 인정하는 사람은 글을 쓰기 전에 충분한 사유의 과정을 거친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철학자였던 그도 글을 쓰기 위해 이런 과정을 거쳤을 것으로 보인다.


작가의 자격으로부터 시작하여 문체, 라틴어공부, 지식인들, 사고의 독립성 등 깊이 있게 사고하고, 가치 있는 글쓰기를 위한 고민해야 할 주제들을 심층적으로 다루는 글쓰기의 고전이라 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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