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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 4 : 장자 - 자연의 피리 소리 ㅣ 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 4
채지충 지음, 이신지 옮김 / 들녘 / 2024년 12월
평점 :

* 컬처블룸을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고전을 공부하는 것은 인생을 공부하는 것이고, 지혜를 쌓아가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동양인으로서 논어, 맹자, 장자, 손자병법 등 동양철학을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오래전부터 있었다. 다만 과감하게 도전하지 못하고 있었고, 두려웠다. 고등학교 다닐 때 교과서로만 배웠던 장자의 철학을 기본부터 배우고자 만화책을 들었다. 쉬운 언어로 쓰여있지만 담겨 있는 지혜는 결코 가볍지 않다.
대만의 유명한 만화가인 채지충은 동양철학을 가장 쉽게 설명하고 유머와 해학을 통해 깨달음을 전달하고자 한다. 그가 그리는 만화는 간결한 선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표현하고자 하는 표정까지도 드러나며, 그의 필체는 동양철학의 깊은 통찰력을 온전히 품고 있다.
신선의 가르침, 자연스러움의 철학 등 도가의 가르침을 가장 잘 담고 있는 책이 바로
<장자>이다. 도가의 3대 대표자는 노자, 장자, 열자이며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고, 참된 자아를 구해야 하고, 세속에 얽매이지 않고 초연하고 떳떳한 태도로 살아가야 함을 강조한다. 세속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짧은 생을 괴롭히는 일은 하지 말라는 가르침을 전한다.
장자는 논어, 맹자, 손자병법과는 전혀 다른 세계의 철학은 전한다. 그의 사상은 내가 자연이 된 것도 같고, 자연이 내가 된 것도 같다. 장자의 재물론에 나오는 호접지몽처럼 장자가 나비가 된 것도 같고, 나비가 장자가 된 것도 같은 느낌을 받는다. 마치 세속의 것들이 모두 사라진 깊은 산 속에서 무아지경에 빠져있는 착각을 받는다.
우리는 논어, 맹자와 같은 유가 사상에는 친숙하다. 도가에 비해 유가는 정치와 결합하여 중국과 우리나라의 생활 전반에 오래도록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그래서 유가사상은 굳이 깊이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가 되는 익숙함이 존재한다. 반면, 도가 사상은 다분히 철학적이면서 함축적이다. 그래서 단순하게 이해되지 않는 면이 많다.
그래서인지 동양철학 <장자>편은 <논어>보다 서술이 길다. 논어는 한 페이지에 한 가지 메시지를 담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장자는 기본 2페이지를 모두 할애한다. <장자>는 추상적인 이론보다는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가르침을 전해준다.
내 머리를 강타하는 가르침이 있어서 소개해본다. '수레바퀴를 만드는 노인'은 자신의 기술을 아들에게조차 전수할 수 없음을 한탄한다. 고대 성인들의 귀한 말씀은 지금 세대에 온전히 전할 수 없음을 우회적으로 전한 말이다. 우리는 고전을 읽었음을 자랑하고 다독을 자랑한다. 하지만 진정 중요한 것은 글공부를 했다는 것이 아니라 깨달음을 얻는 것이다.
책을 읽고 나름 노력을 해보지만 그 성의가 부족하여 아직 깨달음을 얻지 못하고 있다. 남들은 책을 500권을 읽었다느니 1,000권을 읽었다느니 말이 많다. 정말 깊이 없이 많이 읽는 것이 답일까? 장자는 다독보다는 한 권을 읽더라도 깨달음이 있는 독서가 바람직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