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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떻게 움직이는가 - 근육의 해부학에서 피트니스까지, 삶을 지탱하는 근육의 모든 것
로이 밀스 지음, 고현석 옮김 / 해나무 / 2024년 11월
평점 :

예전에는 의사들의 전유물이었던 인체에 대한 많은 정보들이 책으로 풀리고 있다. 우리 몸 중에서 중요하지 않은 장기나 기관이 있을 수 없지만 근육은 장수 시대에 중요한 논점이 되고 있는 것 같다. 근육량은 27세를 정점으로 계속 감소할 수 밖에 없다고 하니 끔찍하지 않는가? 근육의 감소를 막을 수는 없지만 그 속도를 줄일 수는 있다고 하니 지금부터라도 공부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우리가 나이가 들면서 걸리는 고혈압, 심근경색, 위산 역류, 발기 부전 등이 모두 근육에 기인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근육에 관계되는 힘과 움직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며, 근육질환에 대한 이해를 통해 질환들의 발병 원인과 치료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책은 근육과 관련된 수많은 그림들을 통해 근육의 구조와 기능을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특히 생물학, 미술사, 대중문화, 보디빌딩, 유전자 편집 등과 같은 다양한 분야들의 기록과 연구 결과를 통해 근육의 다차원적인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다. 미술사적으로 보면 르네상스 이후에 인간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미켈란젤로가 조각한 다비드상처럼 근육이 생생하게 묘사되기 시작한다. 인간의 근육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 몸에는 다양한 근육이 있지만 책에서는 골격근과 민무늬근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 특히 나는 민무늬근의 역할에 대해 흥미를 느꼈다. 공포 영화를 보거나 무언가 쌔한 느낌을 받을 때 소름이 돋는 경험을 해 보았을 것이다. 이 때 관여하는 근육이 바로 민무늬근이다. 소름이 돋는 것은 민무늬근이 작용해서 털을 새우기도 한다.
민무늬근은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를 구성하며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기관을 움직이는 역할을 한다. 소화를 시키고, 체온을 조절하며, 배뇨 작용에 관여한다. 만약 이런 근육들을 우리 의지대로 통제해야 한다면 어떻까? 밥을 먹을 때마다 소화 명령을, 숨을 쉴 때마다 호흡 명령을, 피가 부족할 때마다 혈액 공급 명령을 직접 내려야 할 것이다. 차라리 자율신경계로 움직이는 게 더 좋은 것이다.
나는 역류성 식도염이 있다. 그런데 역류성 식도염에도 민무늬근이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음식물이 소화되는 과정에서 민무늬근과 괄약근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괄약근이 닫히기 전에 몸을 구부리거나 누우면 증세가 악화될 수 있다고 한다. 소화기관의 마지막에 있는 항문 괄약근은 손 근육보다 뛰어나다고 한다.
예를 들어 고체, 액체, 기체가 함께 들어 있는 혼합물을 손에 담아 기체만 빼내려고 하면 실패할 것이지만, 항문 괄약근은 각각을 구분할 수 있어서 기체만 빼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또한 항문 괄약근은 혼자 있는지, 서 있는지 앉아 있는지, 바지를 입고 있는지 벗고 있는지 등을 구별할 수 있다. 근육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것 같아 매우 흥미로웠다.
여성이 출산을 할 때도 민무늬근이 관여한다. 아기를 낳으려면 민무늬근으로 이루어진 자궁이 최대한 수축해야 한다. 정자와 난자의 수정 과정에도 민무늬근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종과 연령대에 따라 다르지만 특정 연령대의 여성은 최대 80 퍼센트의 자궁근종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 자궁근종이 바로 민무늬근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 몸의 움직임, 생리 현상, 그리고 질병들까지도 이렇게 다양한 근육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우리 몸에 대한 책을 읽을 때마다 인간이라는 신체의 신비로움에 또 놀라게 된다. 내 몸을 잘 알아야 대처도 잘 할 수 있으니 근육의 기능을 알고 운동하는 방법도 조금은 알게 될 것 같다.
*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