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존재는 무리에 섞이지 않는다 - 군중심리
귀스타브 르 봉 지음, 김진주 옮김 / 페이지2(page2)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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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을 포함한 많은 학문에서 인간은 이성적이라고 전제한다. 실제로는 인간은 합리적이지도 이성적이지도 않는 행동을 많이 한다. 특히 혼자 있을 때보다 여럿이 모여서 행동을 할 때 더 비합리적인 행동을 한다. 르봉은 이런 인간의 행태를 '군중 심리'라는 심리학적 연구를 통해 밝혀낸다.


의사였던 귀스타브 르 봉은 프랑스 혁명 이후 프랑스의 100년 근대사를 연구하면서 한 명의 개별적 존재일 때와 군중의 일원으로서 행동하는 인간의 인격과 심리가 다른 경향을 보인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는 그의 연구를 토대로 1895년 <군중 심리>라는 책을 펴냈다.


프랑스 혁명 당시 평소에는 선량하고 소심한 소시민이었던 민중들이 보인 행동을 통해 <군중 심리>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었다. 프랑스 혁명은 전세계의 군주제가 공화제로 이행하는 기폭제가 된 역사적인 사건으로 기록되었다. 하지만 필자에 의하면 그 이면에 선량한 시민들에 의해 자행된 어두운 폭력성이 있다고 말한다.


프랑스 대혁명 당시 혁명 세력이었던 민중은 기득권과 지배층을 대상으로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잔인한 만행과 살해를 저질렀다. 끔찍한 방식으로 처벌을 했고, 무분별한 약탈과 잔인한 살인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혁명이 끝나고 그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일상으로 정상 복귀하였다.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말이다.


필자는 개인으로서는 감히 시도조차 할 수 없었던 일들을 군중의 일원으로서 너무나 당연하고 죄책감 없이 저지르는 이중적인 모습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을 것이다. 이것을 읽으면서 518 당시 계엄군이 저지른 만행이 떠올랐다. 그들은 단지 명령을 받았을 뿐이지만 군대 전체가 죄없는 민간인을 학살함에 있어 어떤 망설임도 죄책감도 없었을 것이다. 이런 심리를 르봉은 '군중 심리'로 설명한다.


왜 개인적으로는 현명하고 똑똑한 사람이 무리를 이루면 하나같이 무모한 바보가 되는가? 역사상 최초로 군중 심리를 연구한 르봉의 결과물은 이후에 다양한 사회심리학에 영향을 주었다. 특히 히틀러와 무솔리니 같은 전제주의와 그들의 선동 정치에 악용되기도 했다. 그들은 군중 심리를 공부하고 자신들의 주장을 세뇌시키기 위해 악용했다.


이런 군중 심리에 대한 연구는 사회적 연구, 정치적 문제뿐 아니라 투자 분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독일의 유명한 투자가인 앙드레 코스톨라니, 미국의 찰스 토마스 멍거는 대중의 심리를 잘 읽어야 투자에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투자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중의 심리와 그에 따른 행동을 잘 읽을 수 있어야 그들과 반대로 행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에 성공하려면 다수의 대중의 방향과 반대에 있어야 한다.




프랑스 혁명이 군주제에서 의회가 중심이 되는 공화제로 이행하는 기폭제가 되었다고 언급했다. 오늘날 의회민주주의는 국민들의 의견이 가장 잘 반영된 정치제도라고 여겨진다. 하지만 의회도 약 300명에 가까운 국회의원들이 모인 개별보다는 군중에 가깝다. 르봉은 이점을 지적해 의회는 집단 지성이 아니라 소수 권력을 대변한다고 말한다.


의회도 또한 국민들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기보다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군중과 같은 특성을 보인다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은 국민을 대표하기보다 해당 지역의 이익을 대변한다. 그들은 지역의 이권에 관해서는 타협이 불가능할 정도의 확고한 견해를 가지고 있고 어떠한 경우에도 흔들리지 않는 편이다. 즉 국회도 결국은 군중 심리가 작용하는 단체일 뿐이다.


거의 100년도 전에 인간 심리의 취약점을 이렇게 명확하게 짚어낸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엄청난 연구의 업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군중의 심리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으며, 다양한 시선으로 분석하고 대응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다만 이런 군중 심리의 키를 누가 쥐고 있느냐에 따라 사회에 약이 될수도, 악이 될수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 컬처블룸을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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