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관찰 - 곤충학자이길 거부했던 자연주의자 장 앙리 파브르의 말과 삶
조르주 빅토르 르그로 지음, 김숲 옮김, 장 앙리 파브르 서문 / 휴머니스트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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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브르 곤충기>는 전세계 사람이면 누구나 알만큼 유명한 책이다. 나도 초등학교 때부터 접했던 책으로 기억한다. 자세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제대로된 곤충을 다룬 최초의 서적이라는 것 정도만 기억난다. 파브르는 곤충학자로 유명하지만 정작 본인은 그렇게 불리기를 싫어하는 자연주의자였다.


이전에는 파브르에 대한 진실을 제대로 알려주는 책이 없었다. 조르주 빅토르 르그로는 파브르를 아르마스에서 대면하고 그의 평전을 쓰기로 결심한다. 물론 과묵하면서 강직하기로 유명한 파브르도 그를 만나고 세간에 떠도는 잘못된 오해들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음을 느꼈다고 한다. 위대한 작가와 위대한 인물이 만나 제대로된 진실을 밝힐 수 있게 된 것이다.


필자는 파브르의 원고와 편지, 가족들이 소장하고 있는 모든 파브르의 기록을 검토하여 이 책을 완성했다. 이 책의 출간 전에 무성했던 소문들은 이 책 한 권으로 정리가 되었고, 파브르 사후에도 국내외 파브르 관련 책의 출간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책으로 기록된다.


다른 사람 앞에 나서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고 연구에만 몰두한 그가 이렇게 방대한 자료를 자세하게 공개하는 것 자체가 놀랍다. 파브르는 기존의 다른 연구자들과 달리 자연에 대한 경외심과 존경의 자세를 견지했다. 자신이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세계에 대해서는 함부로 판단하지 않고 끝까지 관찰하는 자세를 유지했다. 아마도 이런 그의 관찰 자세가 이 책의 제목이 <위대한 관찰>인 이유일 것이다.


파브르는 최초로 자연을 다르게 바라본 자연주의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파브르는 친절하고 생생한 문장으로 식물학을 흥미로운 학문으로 만들었으며, 아이들을 위한 자연사 교과서를 위해 10년을 공들였다. 파브르의 자연, 식물, 그리고 아이들에 대한 끈기와 집념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파브르는 식물을 연구하다 자연스럽게 곤충을 연구하게 되었다. 당시에는 파브르보다 유명한 곤충학자들이 있었다. 하지만 르네 레오뮈르, 레옹 뒤푸르 등과 같은 곤충학자들은 자연을 세밀하게 관찰하지 못했다. 특히 곤충학의 거장으로 알려진 뒤푸르의 관찰 내용이 사실과 너무 다르다는 것을 알고 곤충 연구를 자신의 소명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파브르가 곤충을 분류하는 기준도 색다르다. 기존에는 해부학적 특성에 따라 종, 속, 과, 목 등으로 분류했지만, 파브르는 생명의 성향이나 노동의 종류에 따라 분류한다. 인간의 관점이 아닌 각 곤충이 처한 상황과 환경을 고려해서 바라보아야 한다는 시선은 오늘날 중요시되는 생명 윤리와도 맥을 같이한다.


파브르의 이런 시선은 파격적이라 할 수 있다. 마치 인간을 단순히 백인종, 황인종, 흑인종 등으로 분류하는 것보다 한 인간으로서 그의 성향, 하는 일 등 환경 및 상황을 고려해서 바라보는 시선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시선은 아마도 자연을 정복하거나 인간이 이용하는 존재로서가 아니라 공존공영하는 동반자로서의 인식에 더 가까운 것 같다.


파브르로 인해서 인류는 자연과 곤충을 기계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에서 벗어나 친밀한 친구 또는 관찰자로서 바라보는 시각을 얻을 수 있었다. 파브르로 인해 자연과 곤충학 연구에 새로운 진전이 계속되고 있으며, 자연을 좀더 친밀하게 바라봐야 하는 당위성을 알게 될 것이다.



* 컬처블룸을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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