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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넛지 - 치밀하고 은밀한 알고리즘의 심리 조작
로라 도즈워스.패트릭 페이건 지음, 박선령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4년 6월
평점 :

'넛지'는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으면서 자연스러운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을 말한다. 가장 많이 언급되었던 것 중의 하나가 남자 화장실 소변기 속의 '파리' 그림일 것이다. 남자들이 소변기를 부주의하게 사용하면서 자주 더러워지자, 소변기 중앙에 파리 한 마리를 그려 놓았다. 그러자 파리를 조준하면서 더러워지는 빈도가 줄어들었다.
'넛지'는 우리 생활 다양한 부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필자는 넛지 중에 우리에게 나쁜 영향을 주거나 세뇌시키는 형태의 넛지를 '다크 넛지'라고 명한다. 우리의 하루 일상은 온통 다양한 조종 수단에 둘러쌓여 있다. 휴대폰, 거리마다 붙은 전단지, 광고 등 우리는 의식을 하든 하지 않든 매일 세뇌 당하고 조종 당하고 있다.
'다크 넛지'의 가장 심각한 형태가 사이비 종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처음에는 단순히 종교의 하나였던 사이비 종교는 사람들의 일상에 침투해서 세뇌를 하기 시작한다. 자신도 모르게 세뇌를 당해서 이제는 그 종교가 그 사람의 인생 전부가 되고, 인생을 바치게 된다. 사이비 종교에는 유독 고학력자들이 많이 있다.
필자는 자신은 똑똑해서 결코 세뇌당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거나 자신처럼 요령 있는 사람은 절대 속일 수 없을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야말로 세뇌에 가장 취약한 사람이라고 한다. 필자의 의견에 따르면 사이비 종교에 왜 고학력자들이 많이 빠져드는지 알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세뇌를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2장에서 소개된 '야생 돼지의 포획' 사례는 다크 넛지의 전형적인 사례를 보여준다. 멧돼지 때문에 농장이 망가진 경험을 한 농장주들을 위해 한 회사가 개발한 멧돼지 포획 시스템을 소개한다. 멧돼지는 의심이 심하기 때문에 안전함을 주기 위해 꽤 오랜 동안의 기다림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포획틀 밖에 땅콩을 뿌려서 안전함을 심어준다.
그렇게 포획틀 밖과 안에 땅콩을 뿌려놓고 오래도록 반복한다. 그리고 마침내는 포획틀 깊숙한 곳에만 땅콩을 뿌려놓는다. 그렇게 또 시간을 보내면 돼지들은 포획틀 깊숙히까지 들어가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그렇게 가장 고집 센 돼지까지 유인하게 되면 적당한 대를 노려 문을 잠가 버린다.
전형적인 세뇌를 노린 다크 넛지는 돼지뿐 아니라 사람에게도 효율적으로 작용한다. 필자는 이런 세뇌를 개구리를 삶은 것에 비유한다. 뜨거운 물에 개구리를 집어 넣으면 바로 튀어 나온다. 하지만 찬물에 개구리를 넣고 서서히 온도를 높이면 아무런 저항 없이 삶을 수 있다.
우리 주변에도 이렇게 우리도 모르게 우리를 세뇌시키는 다크 넛지 장치들이 많이 있다. 이 장치들은 주로 기업들에 의해 조종되고 있고, 또 일부는 정부에 의해 활용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시기에 우리는 완벽하게 정부에 세뇌 당했다. 이 과정에 심리학이 효율적으로 동원되었다.
심리학은 우리의 정신과 마음을 진단하거나 고치는 학문이다. 하지만 필자는 심리학이 우리를 사회 공학적으로 해킹하여 우리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형성하는데 관여한다고 한다. 무서운 사실이다. 이제는 우리가 우리의 마음을 제대로 통제할 수 없다면 통제받는 사회에 살아야 할 것이다. 책에 나온 다양한 다크 넛지의 사례와 심리학 이론을 읽어보면서 우리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 컬처블룸을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