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의 논쟁 대화법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김시형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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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부터 배운 철학은 내게 어려운 학문이었다. 관념적으로도 해석이 잘 안되고 이해하기도 어려운 난공불락과 같은 느낌이었다. 철학은 인간을 다루고 인간을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학문이다. 인생의 경험이 적은 상태에서는 이해하려고 해도 쉽지 않은 것 같다. 나이가 40대를 넘어 50대를 향해 가면서 읽게 되는 철학은 인생의 오묘함을 느끼게 한다.


특히 최근 들어 가장 많은 인기를 얻으면서 자주 언급되는 철학자는 아르투어 쇼펜하우어가 아닐까싶다. 2024년 한해에만 10권도 넘는 책이 출간된 것 같다. 다른 철학자와 달리 유독 쇼펜하우어의 글이 우리의 이목을 끄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강렬한 외모만큼이나 그의 화술도 대단하다. 또한 인생의 순간 순간에 허를 찌르는 조언을 주는 것도 한 몫 한게 아닐까.


이번에는 모든 토론과 논쟁에서 이길 수 있는 그만의 논쟁 대화법을 들여다본다. 평소 그가 논쟁대화법은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는 그의 한마디로 알 수 있다. "논쟁 대화술은 머리로 하는 검술이다." 그는 말로 사람도 죽일 수 있다는 진리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의 논쟁 대화법은 이기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래서 논쟁 대화법은 선의보다는 '악의'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때로는 직설적이게, 때로는 솔직하게 말하면서 반드시 이기는 법이 담긴 말하기의 비법서라고 할까? 현학적인 지식을 전달하기보다 실전에서 사용하면 바로 먹힐만한 실용적인 조언을 건넨다.


특히 인간의 본성과 인간관계의 본질 등에 관한 깊은 통찰을 통해 정곡을 찌르는 논리가 놀랍다. 그는 대화술을 검투사의 결투에 비유한다. 검투사들은 자신들이 옳은지 그른지에 신경쓸 겨를이 없다. 단지 찌르기와 막기 두 가지에만 집중할 뿐이다. 그렇지 않으면 생명이 위태롭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대화술은 머리로 하는 검술이다. 따라서 논쟁이 시작되면 진실이나 진리는 중요하지 않다. 검투사가 찌르기와 막기에만 집중하는 것처럼, 내가 무엇을 어떻게 말해야할지, 그리고 상대방의 질문에 어떻데 방어해야할지에만 신경쓰는 것이 진정한 대화술의 정수이다.


책에는 쇼펜하우어가 논쟁에서 자주 사용하던 38가지의 창과 방패가 실려 있다. 이것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판단은 무의미하다. 그저 내가 논쟁에서 이기고자 할 때 어떻게 사용해야할지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논쟁을 단순히 대화로 여기지 말고 칼과 방패를 들고 출전하는 전쟁이라 생각한다면 논쟁 대화술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상대를 화나게 하라!

사람은 이성을 잃게되면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게 된다. 심지어는 판단력을 상실하게 되어 하지 않을 언행을 하게 된다. 쇼펜하우어는 바로 이점을 노린다. 노골적으로 부당한 행동을 하든, 생트집을 잡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뻔뻔하게 막무가내로 공격하여 상대방의 노여움을 사게 되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게 된다는 것이다.


소통을 위한 대화법에는 맞지 않다. 철저하게 논쟁에서 이기고자 하는 경우에만 사용해야 한다. 쇼펜하우어 시절에는 철학자들끼리 논쟁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이런 방법이 비일비재하게 사용되었을 것 같다. 하지만 오늘날 소통을 주제로 하는 회의에서는 자칫 역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적절한 주제에 맞게 대화술을 사용하는 것도 중요한 듯 하다.


상대에게 인신공격을 퍼부어라!

현대의 정치를 보면 정말 유치하다. 최고의 지성을 가진 사람들이 정치를 하면 결국은 인신공격으로 시작해서 인신공격으로 끝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쇼펜하우어는 자기에게 불리하고 질 것 같은 상황에서 최후의 수단으로 인신공격과 모욕을 사용하라고 말한다.


인신공격은 의외로 인기가 좋아서 정치인들의 단골 메뉴이다. 상대가 인신공격을 할 때 내가 가만히 있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바로 대응해서 인신공격을 하는 것도 좋지 않다. 철저하게 냉정함을 유지하고, 대화를 잘라내라고 말한다. 그리고 상대가 퍼부은 비난과 모욕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그의 오류와 허점을 논리 정연하게 짚어주고 반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논쟁 대화법을 통해 인간관계의 방법, 인간의 본성, 대화의 기술 등을 제대로 배울 수 있다. 때로는 과격하게, 때로는 직설적이지만 진솔하게 말하는 것이 논쟁을 이기는 데 중요한 기술이 될 것이다. 정치 토론 등 논쟁에서 이기기 위해 필요한 내용이 매우 흥미로운 책이다.




*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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