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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틈이 있어야 그 사이로 빛이 들어온다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김신종 옮김 / 페이지2(page2) / 2024년 3월
평점 :

내게 철학책은 늘 어려웠다. 그래서 몇 번을 시도한 끝에 내려 놓기를 반복했다. 아직 인생의 쓴 맛을 덜 맛본 것인지, 아니면 독서의 깊이가 아직은 얕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지금도 철학은 어렵다. 아마도 무언가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를 시도한 적이 별로 없어서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철학책은 원문에 가까운 것보다는 쉽게 풀어놓은 해설서 중심으로 보는 것이 다반사였다.
<깨진 틈이 있어야 그 사이로 빛이 들어온다>의 원제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이다. 책은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지만 그 제목만큼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책이었다. 처음에는 인생의 지혜를 전해주는 책으로 생각하고 선택했는데 생각보다 잘 읽히는 책이다. 니체의 철학과 인생의 지혜를 가장 잘 표현한 책이라고 한다.
이 책은 다른 철학책과 다르게 소설과 유사한 서사를 가지고 있다. 니체 자신을 투영한 고독한 예언가 차라투스트라를 통해 인생의 지혜를 전한다. 니체의 아바타로 불리는 차라투스트라는 10년 동안 고행하며 얻은 깨달음을 전하기 위해 산을 내려온다.
'신은 죽었다'로 유명한 니체의 명문들과 그의 사상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정말 쉬운(?) 철학책이다. 내가 읽은 철학책 중에서 어느 정도 이해를 하면서 읽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책이 아닐까싶다.
사람은 보통 혼자 있을 때 외로움을 느낀다. 니체는 '사람은 혼자일 때가 아닌, 함께 있음에도 외로울 때가 가장 고독하다'고 말한다. 나는 이 말을 이해할 수 있다. 가족, 사회생활 중에도 자주 경험하는 상황이다. 배우자나 자녀들과 같이 있음에도 마음 한 구석에 자리잡은 외로움을 어찌할 수 없다. 같이 있지만 같이 있지 않다. 연인 사이에도 몸은 같이 있지만 마음이 같이 있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2024년 2월 말에 개봉한 영화 <파묘>가 흥행 돌풍을 이어가면서 영화평이 쏟아졌다. 오컬트 장르가 700만 관객을 넘은 것이 최초라고 한다. 그럼에도 나는 아직 이 영화를 관람하지 못했다. 오컬트 장르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영화평에서 죽은 사람과 함께 있는 것보다 살아 있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이 더 무섭다는 글을 보았다. 죽은 사람은 우리에게 해를 끼칠 수 없다. 하지만 살아 있는 사람은 다르다.
니체도 비슷한 말을 했다. 니체는 '나는 짐승들 사이보다 인간들 사이에 있는 것이 더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그들의 대부분은 니체의 이런 말에 동감할 것이다. 가족 간에도 서로 감정 싸움을 하고, 재산 싸움을 한다. 심지어는 남보다 못한 가족으로 살아가는 사람도 많다. 반려동물과는 그럴 일이 거의 없을 것이다.
젊은 시절부터 철학에 빠진 사람들도 있다. 나는 20대부터 인생을 살아내야 했기 때문에 철학은 사치라 생각했다. 하지만 철학은 결국 인생의 방향을 알려주는 사유의 수단이 아닌가. 20대부터 이런 고민을 했다면 인생을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살 수도 있지 않았을까? 더 늦기 전에 니체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에 감사하고 있다.
*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