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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질서 - 인간과 자연 세계를 둘러싼 돈의 철학적 탐구
로이 세백 지음, 윤춘송 옮김 / 알파미디어 / 2024년 2월
평점 :

돈에 관한 거시적 통찰을 제시하는 철학적 관점이 소개된 책이다. 나는 돈의 의미와 돈이 인간 사회에서 수행하는 중요한 기능들을 기대했다. 하지만 이 책은 내가 생각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경제학적 철학을 논한다. 경제와 철학은 언뜻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필자는 무려 18년 이상 고민해온 문제를 이 책에서 다룬다.
오늘날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경제 논리들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왜 농부가 자연에서 생산한 자연의 산물들을 우리와 나눌 것이라 당연하게 생각하는지부터 의문을 제기한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질문이다.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경제 주체들의 역할은 서로 다르지만 우리는 그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왜 그래야 하는가?
필자는 경제 시스템의 공멸을 막기 위해서 생태적인 책임을 강조한다. 자연의 생태학적 시스템과 결을 같이 하지 못하는 현실의 경제 시스템이 각종 문제를 초래하여 기생적 시스템을 만들어 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런 경제 시스템은 인간과 자연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공존 공영을 하려면 인간과 자연의 기본적인 협상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얼핏 철학책이면서 환경론적인 의견도 들어 있다. 경제 시스템의 혈액 역할을 하는 돈이라는 존재를 탐욕적인 관점이 아니라 자연과의 공생이라는 관점에서 이야기한다. 최첨단 디지털 시대에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농업과 광업 등의 1차 산업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에 따라 제조와 소비의 균형이 이루어져야 자연과 인간의 새롭고 바람직한 관계 정립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우리는 진정한 인간의 가치보다 돈을 중심으로 하는 물질적 가치가 우위에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자연의 질서 차원에서 보면 이는 지극히 부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필자는 이런 현대의 시대를 '머니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고 표현한다. 자연 세계와 인간의 협력, 그리고 금융 세계는 오래 전부터 이어져 있었기 때문에 자연의 법칙에 따라 관계를 회복시키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철학적인 측면에서 화폐의 본질과 가치를 되돌아보고, 현재의 기형적인 경제 시스템에서 인간이 살아남아 자연과 공존 공영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한다. 필자가 서두에 밝힌 것처럼 처음 아이디어는 지금보다 10배 더 많은 글로 쓰여졌다. 하지만 중요한 메시지들을 전달하고, 생각의 여백을 위해 최대한 간결하게 썼다고 말한다. 그 덕분인지 그 의미가 쉽게 와닿지는 않는다.
적은 분량이지만 자세하게 정독하고, 여러번 반복해서 읽어봐야 필자의 18년 내공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다. 기존 경제시스템에서 제시하는 거시경제학적 이론과 전혀 다른 생태학적 측면을 다루는 새로운 아이디어임에 틀림없다. 새로운 개념과 새로운 사고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 책이다.
*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