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실험실 - 이스라엘은 어떻게 점령 기술을 세계 곳곳에 수출하고 있는가
앤터니 로엔스틴 지음, 유강은 옮김 / 소소의책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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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 전쟁이라니 정말 아이러니한 상황이지 않는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전쟁을 벌이는가 하면, 10월에는 오랜 분쟁의 역사를 가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전쟁을 시작했다. 나는 필자처럼 팔레스타인보다는 이스라엘을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마음 속으로도 지지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부터는 생각의 축이 바뀌는 느낌을 받는다.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되새겨본다. 그리고 서방 국가의 지원을 받은 나라가 항상 선한 나라는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무기와 감시기술을 테스트하고, 이렇게 효율적으로 시험한 기술을 전세계를 상대로 판매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어떻게 짧은 기간에 세계 10대 무기 수출국이 되었는지를 상상하면 답은 나와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및 영토 점령에 대해 전세계는 입을 다물었다. 마찬가지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에도 그다지 깊은 관여를 꺼린다. 국제질서의 정의란 없는 게 맞다고 봐야 한다. 자신들의 철저한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일 뿐 어떤 정의도 없어진 것 같다.




책을 보면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뿐 아니라 기회가 생길 때마다 과테말라, 미얀마 등 모든 나라와 지역에서 잔인한 폭력을 저지르는 다양한 수단들을 제공하는 나라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양한 무기와 기술을 얼마나 부적합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 그 끝을 볼 것이다.


이 책 제목인 <팔레스타인 실험실>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230만 명에 달하는 팔레스타인들을 장벽과 드론, 각종 감청장비들로 에워싼 현실을 나타낸 말이라 생각한다. 팔레스타인들은 말 그대로 창살 없는 감옥에 수감되어 이스라엘의 무차별 군사 무기 실험실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에 인상이 절로 찌푸려진다.


특히 가자 상공의 전투 임무를 위해 배치된 이스라엘의 드론은 지중해 순찰 목적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실제로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여 발전시킨 드론 기술을 전세계로 수출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전세계는 침묵했고,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영토 무단 점령 또한 묵과하고 있다. 자유와 평등이라는 기치 하에 숨겨진 이스라엘의 극단주의적이고 편향적인 종족민족주의 폐해가 심히 걱정되는 시점이다. 강대국의 힘에 지배당하는 시기에 얼마나 많은 약소국들이 피해를 입어야 할까?


미국 대기업을 창업한 사람들의 대부분이 유대인이고, 이스라엘의 이미지가 좋았기 때문에 내가 느끼는 배신감과 참담함은 더 커지는 것 같다. 최첨단을 달리는 21세기에도 여전히 강대국의 힘의 논리에 의해 20세기의 유산인 전쟁을 치러야 한다는 사실이 모순처럼 느껴진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고, 나라가 통일되어 당장의 군사적 위협이 없다 하더라도 자주국방의 노력이 가장 중요한 국가의 의무임을 알게 해주는 책이다.



*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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