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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생의 마지막이라면 - 청년 아우렐리우스의 제안
기시미 이치로 지음, 전경아 옮김 / 영진.com(영진닷컴) / 2023년 11월
평점 :

일이라는 것은 반복하면 익숙해지거나 지혜가 생기는 법이다. 그러나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살아갈수록 알아가는 것도 많아지지만 또한 알아가야 할 것도 많아지는 느낌이다. 나보다 먼저 세상을 살아간 선인들의 지혜가 많은 도움이 될 때가 많다. 어렸을 때는 몰랐던 연륜에 따른 지혜가 필요하다고 할까?
40대 후반을 달려가면서 유독 다른 때보다 삶의 지혜를 말하는 책들을 찾게 된다. 인생의 답을 구하기보다 더 나은 인생을 살고 싶고, 시행착오를 줄이고 싶은 마음이 앞서서일 것이다. 특히 삶의 변곡점이나 힘든 시점에는 더욱 이런 지침서 같은 것이 필요하다. 젊었을 때는 몰랐으나 나이들면서 알게된 현자들이 몇 있다. 그 중에서 요즘 탐독하고 있는 사람이 발타자르 그라시안과 아우렐리우스이다. 이 책은 아우렐리우스와 관련이 있다.
<미움받을 용기>를 쓴 기시미 이치로는 인간관계로 고민되거나 힘들 때 로마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안토니누스가 쓴 <명상록>을 즐겨 본다고 한다. 로마의 어려운 시기에 훌륭한 리더십을 발휘한 아우렐리우스가 남긴 명작이다. 황제의 자리에 있으면서 개인적인 고민과 내면 성찰을 토해내듯 적어놓은 개인적인 메모에 가깝다. 최고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쾌락에 빠지기보다 철학을 탐구하고 실천하는데 힘을 썼다.
역사적으로 최고의 성군 중 한 명으로 칭송받았지만 스스로는 불완전한 존재임을 자각하고 끊임없이 자기성찰을 하였다. 자신을 엄한 기준으로 돌아보고, 스스로 나약해지지 않기 위해 번민하고 몸부림 치는 보통 인간의 모습을 가감없이 적었다. <명상록>은 총 12권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두서도 없고 주제도 통일되지 않았으며, 심지어는 쓰다가 만 부분도 많다.
필자는 학생 시절부터 틈틈히 <명상록>을 읽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기회로 삼았다. 작가가 되어서 다시 그에게 인생의 지침을 내린 부분들을 정리해서 한 권으로 담았다. 그렇게 내면 성찰, 타인과의 공생, 고난, 지금 여기, 죽음 등 5가지 주제로 정리했다.
필자의 책인 <미움받을 용기>가 국내에서 인기를 얻자 이후로 나온 책들이 '~할 용기'라는 이름으로 출간되는 현상이 줄을 이었었다. 그래서인지 필자가 이름 붙인 '포기하지 않을 용기'라는 꼭지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황제의 자리에 올랐다고 한다. 가신의 배신,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의 죽음 등 보통 사람이라면 당연히 포기했을 다양한 시련과 고난에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불가피한 일은 누구나 해낼 수 있다고 말하기보다 내가 처음 겪는 일도 아니고, 앞선 세대들이 능히 극복해 왔던 일이기 때문에 우리도 극복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개인 측면에서는 생애 처음으로 겪는 어려움일지라도 이는 나만 처음 겪는 것은 아니며 이미 많은 세대들이 극복해온 일이기 때문에 용기를 내서 앞으로 나아가라고 용기를 준다.
도전을 하면 실패는 당연한 일이다. 실패했다고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말고, 나보다 먼저 시도한 사람들도 동일한 실패의 코스를 밟아 역경을 딛고 다시 일어섰다는 것을 상기시켜준다.
이전에 <명상록>을 잠깐 읽어본 것 같다. 제대로 읽지 않고 그냥 평범한 고전이라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다시 한 번 곱씹으면서 읽어볼 가치가 있다 생각된다. 삶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에 마음을 다지고 현명하게 헤쳐나가기 위해 꼭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 컬처블룸을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