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수상한 단어들의 지도 - 꼬리에 꼬리를 무는 어원의 지적 여정
데버라 워런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23년 10월
평점 :

중학교 때 영어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영어 단어를 공부했다. 영어 단어는 어딘지 규칙이 있으면서도 규칙이 없었다. 그러다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어원을 통해 영어를 공부하게 되었다. 물론 더 많은 단어를 좀더 체계적으로 배우기 위해 어원 공부를 시작했었다. 물론 미처 다 끝내지는 못했지만 많이 흥미로웠던 기억이 있다.
수험공부를 위해 어원을 공부했던 고등학교와 달리 이제는 어원 공부를 할 필요가 없어졌다. 치열한 공부를 위한 어원 공부가 아닌 편안하게 지식을 넓히고 문화를 알고 싶은 생각에 또 다시 어원 책을 선택했다. 처음에는 고등학교 때 배운 것처럼 체계적이고 약간은 따분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은 다른 어떤 어원책과도 비교할 수 없다. 체계도 없고 방향의 흘러감도 없이 정처없이 빙빙 돈다.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다. 마치 어원을 타고 영어의 세계로 빠져들어가는 느낌이다. 마치 영어 단어 하나를 가지고 이탈리아어, 라틴어, 아랍어, 그리스어 등 다양한 언어의 세계를 탐험하고 돌아온 느낌이다.
언어를 다루는 책이면서 어원을 분석하는 책이지만 순서대로 읽어야 하는 부담은 없다. 그저 필자가 자율적으로 서술한대로 따라가다보면 마치 소설을 읽는 느낌을 받는다. 어원을 소설처럼 편안하게 읽으면서 공부할 수 있을 거라고 상상이나 했겠는가? 학창 시절에 치열하게 어원을 공부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이 신기한 경험을 해보기 바란다.
초대의 말 서문에 나온 것처럼 운명을 점치듯 아무 페이지나 쓱 열어서 읽는 재미가 있다. 하나의 단어가 어떻게 시작해서 어떤 과정을 거쳐서 지금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는지 궁금하지 않는가? 생물이 진화하듯 언어가 진화해 가는 과정이 바로 어원을 공부하는 이유가 아닐까?
누군가의 의도가 있어서라기보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문화에 따라, 또는 전혀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언어는 진화를 거듭한다. 이 책이 소개하는 단어의 기원과 단어의 변화는 실수의 연속이라 할만큼 실수 투성이다. 많은 실수의 결과물들이 단어로 굳었다는 것이 신기하지 않은가?
생활, 문화 등뿐 아니라 종교도 어원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특히 당시 기독교는 우리 일상에 많은 단어를 남겼다. 특히 우리가 헤어질 때 나누는 'goodbye'라는 인사가 'God be with you'에서 유래했다는 것이 흥미롭다. 영어뿐 아니라 스페인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등의 작별인사도 모두 신과 관련 있다는 사실이 신기할 따름이다.
이 책은 어원을 수험 목적으로 공부했을 때처럼 공부할 수 있는 책은 아니다. 체계적인 어원공부를 원한다면 다소 당황스러울 수 있다. 마치 그리스로마신화를 읽어내려가듯이 어원 공부를 할 수 있는 가벼운 책이다. 물론 그 내용은 이해하기 쉬울 정도도 가볍지는 않지만 말이다.
* 컬처블룸을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