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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의 배신 - 대중의 욕망인가, 기업의 마케팅인가
이호건 지음 / 월요일의꿈 / 2023년 9월
평점 :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많은 사람들이 '마케팅'이라고 말할 것이다. 사업에서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겠지만 요즘처럼 상품들이 많고 품질이 좋을 때는 잘 알려서 잘 팔아야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케팅에 능한 사람은 전문가로 대우받고 있다.
필자는 마케팅은 정치판에서 사용되던 선전, 선동을 뜻하는 프로파간다의 비즈니스 버전이라 말한다.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일부 정치인들이 제한적으로 사용하던 기술을 비즈니스 세계에 적용한 것이 마케팅이라 말한다.
정치인들이 자신을 지지하는 표를 요구하던 방식이나 비즈니스 세계에서 자사의 상품을 사달라고 말하는 방식이나 크게 다를 바 없는 셈이다. 심지어 프로파간다는 담당하는 사람들은 부정적인 시선을 감내해야했지만, 마케팅을 담당하는 마케터들은 그 전문성에 칭송을 받는다.
이런 마케팅의 수단으로 자주 활용하는 것이 뉴스나 광고에 자주 등장하는 '트렌드'라는 단어이다. 트렌드는 원래 시대를 관통하는 어떤 현상을 말한다. 특히 비즈니스에서는 사람들의 심리와 소비패턴을 주로 분석한다. 즉 트렌드를 먼저 분석하고 나서 상품 개발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것이 순리인 것 같다.
그런데 일부 마케터들은 이 순서를 뒤집기도 한다. 상품을 먼저 만들고 자사 상품을 소비하는 것이 대세인 것처럼 트렌드를 만들어서 소비자를 선동한다. 트렌드의 흐름을 파악해서 대응하는 소극적인 방법에서 벗어나 트렌드를 만들어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활용하는 적극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현대의 마케팅 목표는 시장을 읽는 것이 아니라 소비심리를 읽어서 트렌드를 선도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트렌드에 대응하는 마케팅 전략이 아니라 우리를 소비의 세계로 더 빠지게 하는 마케터들의 트렌드 조작(?)을 보게 될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아이폰의 성공도 트렌드의 창조에 있다고 본다. 아이폰 이전에도 스마트폰의 형태는 있었지만 모두 실패했다. 하지만 아이폰은 그들과 다르게 앱을 사용할 수 있고, 아이폰과 끊임없이 연동하는 자체 생태계를 만들어 아이폰 유저들을 모았다. 아이폰이 바로 시대를 선동하는 트렌드의 창조자 아니었을까?
트렌드는 일정한 방향성이나 경향을 뚜렷하게 나타내는 것으로 지속 기간이 긴 편이다. 따라서 진짜 트렌드를 확인하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매년 연초에 발간되는 소비트렌드를 보면 너무 자주 변한다. 이는 트렌드라 부르기에 적합하지 않다.
책을 읽다 의문이 들었다. 매년 발간되는 '트렌드'가 들어가는 각종 서적들을 보면 매년 다른 주제를 다룬다. 그리고 트렌드는 지나간 현상을 분석하는 것인데, 미래를 예상한다. 아무 생각없이 그런 책들을 통해 우리는 트렌드를 창조하는 사람들의 의도대로 움직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이런 책을 쓰는 사람들이야말로 트렌드를 선동하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을 통해 트렌드의 흐름을 읽은 사람들은 생각하지도 않았던 것들을 다시 생각하게 되고, 마케터들은 소비트렌드를 제품 개발에 반영하게 된다. 그 결과 소비트렌드가 현실이 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트렌드에 따라 제품이 개발되는 것이 아니라, 트렌드가 먼저 소개되고 현실이 따르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소비트렌드 발표가 문제만 있을까? 소비트렌드가 맞든 틀리든 그 분야를 연구한 사람들이 분석한 근거는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의 자료에 근거한 분석은 소비 전망에 도움이 되고, 특히 마케터들에게는 많은 인사이트를 주리라 생각한다. 다만 중구난방 쏟아지는 트렌드를 약간의 비판적 시각에서 받아들이는 노력이 필요할 듯 싶다.
필자는 이 책을 통해 트렌드를 선동하는 사례들을 보여주고, 우리가 어떻게 비판적 시각으로 트렌드를 받아들여야 하는지 알려준다. 총 26가지의 트렌드를 분석한다. 트렌드를 분석하는 능력과 함께 비판적 시각도 늘리는 시간이 될 것이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