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명령
오세영 지음 / 델피노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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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영 작가님의 <마지막 명령>은 신념과 민주주의를 지키려고 했던 한 남자가 겪어야했던 삶의 굴곡과 현대사를 속도감 있게 적어내려간 역사의 기록이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허구의 캐릭터의 조합이 잘 이루어져 있고, 역사적 사실에 대한 균형이 돋보이는 소설이다.



1979.12.12.


역사는 이 날을 12.12사태, 신군부 쿠데타 등으로 기억하고 있다. 갑작스러운 박정희 대통령의 서거 이후 혼란으로 가득한 시대를 전두환과 하나회를 중심으로 하는 신군부가 장악한 것이다. 이 역사적 사실을 친한 친구이면서 육사 동기인 주인공 한태형과 장재원의 팽팽한 심리를 중심으로 이끌어 간다.



이야기는 민주주의를 끝까지 수호하려는 신념에 가득찬 주인공 한태형의 관점에서 서술된다. 한태형은 전두환이 중심이 된 하나회의 가입을 거절한 이후로 불명예제대를 당하고 미국으로 쫓겨나 바닥생활을 하게 된다. 반면 절친인 장재원은 신군부 쿠데타의 핵심인물로 안기부의 실세 보좌관이 된다.



이야기 속의 한태형은 끊임없이 쫓기며 살해 위협을 당하는 패배자로 비춰지고, 장재원은 절친한 동기를 쫓으며 없애야 하는 승리자로 보여진다. 하지만 역사의 판단은 당시 시대적 상황과 다른 판단을 내리지 않을까? 과연 내가 한태형이었다면 신념을 위해 이 모든 일을 감당할 수 있었을까?



이후 한태형은 용병으로 아프리카에서 근무하다가 전두환의 암살을 시도한다. 민주주의의 수호와 정의를 위해 전두환을 암살하는 선택을 한다. 이로 인해 장재원의 추적을 받게 된다. 전두환을 죽이려는 한태형과 암살을 막아야 하는 장재원의 숨막히는 추격이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한다.



전두환을 암살해야 하는 한태형은 결국 같은 목적을 가진 북한측과 연결이 되고 신군부의 추적은 더욱 집요해진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파괴한 전두환을 암살하려는 반정부인사들과 북한 정찰국의 공조라니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한국을 찾은 한태형은 강제예편한 석사령관을 찾는다. 석사령관은 쿠데타로 정권을 탈취하고 민주주의를 억압한 전두환을 죄를 묻는 것은 당연하지만 암살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라고 말한다. 특히 북한과 함께 암살을 한다는 것은 더욱 잘못이라며...



그리고 사령관으로서 마지막 명령을 내린다.


"전두환을 법정에 세워라! 그게 정당한 응징이다! 방법은 귀관의 재량에 일임하겠다!"



한태형은 석사령관의 마지막 명령을 받고, 이제는 반정부인들과 북한측의 전두환 암살을 막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저격을 통한 응징이 아니라 대한민국 법정에서 제대로 처벌을 받도록 세우는 것이다.



지난 일이지만 그 선택이 옳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전두환은 실형을 선고 받았지만 얼마가지 않아 사면을 받았다. 사면 이후 자중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했다면 석사령관과 한태형의 선택은 옳았을 것이다. 그러나 모두가 알고 있듯이 그런 일은 없었다. 가끔은 무력 응징의 방법이 성공했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도 해본다.



결국 전두환 암살을 위한 시도는 미얀마의 아웅산 테러에까지 이르게 된다. 그리고 국내에서는 전두환 정부에 항거하는 민주화 항쟁이 전국 각지에서 불같이 일어난다. 이후 정권이 바뀌면서 전두환은 청문회를 통해 법의 심판을 받지만 무언가 후련하지는 않다.



역사적 사실에 더 가까운 허구의 이야기가 더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작가의 상상력으로 비어 있는 역사적 흐름을 채워준 것 같다. 12.12 사태부터 미얀마 아웅산 테러에 이르기까지 전두환 암살을 둘러싼 이야기를 풀어낸 재미있는 현대 서사 소설이다. 잊지 말아야할 우리의 역사를 재미있게 읽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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