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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긴 서울을 걷는다 - 제10회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
허남설 지음 / 글항아리 / 2023년 7월
평점 :

부동산 공부를 시작하면서 도시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과거의 도시의 모습은 어떠했으며, 어떤 개발 과정을 통해서 현재의 모습을 갖추었는지 알아보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 그래서 최근에 손정목 교수의 <서울 도시계획이야기> 전권을 구매했고, 인천광역시에서 최근에 발간한 <인천 도시계획이야기 60년>을 구했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읽어볼 예정이다.
<못생긴 서울을 걷는다>는 책 제목 자체가 흥미롭다. 목차를 보고 책 소개를 보니 최첨단을 달리는 서울의 이면에 살아 있는 못생긴 지역들에 대한 이야기다. '못생긴' 도시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진다.
필자는 '못생긴 서울'을 살기에 불편하고, 소음을 유발하며, 미관상 좋지 않은 환경을 가진 지역으로 언제나 재개발의 이슈를 가진 곳이라 말한다. 쉽게 말해 21세기에도 1970년대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오래된 도시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지역들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라는 별칭을 가진 중계동의 '백사마을', 경사도가 60~70도에 이르는 경사도를 자랑하는 다산동 주택밀집지역, 환경적으로 가장 낙후되어 보이는 창신동, 대한민국 최고의 기술장인들이 모여있는 청계천 인근과 세운상가를 중심으로 찾아다닌 기록을 담았다.
1960년대에 이재민이나 철거민들이 정착한 백사마을은 청계고가도로 착공으로 가속화되었다고 한다. 당시 김현옥 서울시장은 서울 각지의 철거민들을 트럭에 태워 강제로 백사마을로 이주시켰다고 한다. 허허벌판에 이주민들이 직접 집을 짓고 다양한 생활시설들을 만들어 나갔다고 한다.
창신동은 일제시대에 일본인들로부터 밀려난 조선인들이 토막생활을 하면서 인구가 늘었다.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창신동의 인구는 더 늘었다고 한다. 일거리를 찾아 온 가난한 노동자들이 도심에서 가까운 창신동에 터를 잡았기 때문이다. 이후 창신동은 토막촌에서 판자촌으로 변모한다.
청계천 일대는 미관상 좋지 않다는 이유로 정부는 공권력을 이용하여 1952년부터 꾸준히 철거를 시도했다. 그 첫 시도가 청계천 복개공사였다. 이로 인해 청계천 주변에 가득찬 판잣집 수백 호를 몰아냈다.
세운상가 일대는 1945년 일제가 공중 폭격으로 일어나는 화재가 번지는 사태를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조성한 공터였다. 하지만 일제가 망하고 한국전쟁을 거치며 수많은 피란민과 빈민들이 움막같은 집을 짓고 살게 되었다. 심지어 몸을 파는 사람들이 많아 사창가를 뜻하는 '종삼'으로 불리기도 했다고 한다.
1990년대부터 백사마을은 재개발 기대감이 부풀고 꺼지기를 반복했다. 복잡한 배경으로 인해 지금도 여전히 빈민가로 남아있는 몇 안되는 도시가 되었다. 2018년 현재 기준 거주민 3명 중 1명은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에 마을에 들어온 사람이라고 한다.
창신동은 2000년대 들어 뉴타운 사업에 선정되어 재개발을 꿈꿨지만 주민 간의 찬반 갈등과 사업성 논란 끝에 무산되고 말았다. 창신동은 동대문과 함께 패션의 중심지로 부상하며 다양한 공장들이 들어섰고, 지금도 1,000여 개의 공장이 밤낮으로 가동되고 있다고 한다.
청계천 일대는 2000년대 이후 복개천을 들어내면서 새로운 도심의 생태 명소로 거듭난다. 아마 '못생긴 서울' 중에 가장 빠르게 개발의 영향을 받은 곳이 아닐까 싶다. 세운상가는 1세대 벤처기업의 토대가 되었지만 용산전자상가로 전자제품의 상권이 이동하면서 급격하게 위축되었다.
세상의 모든 면에는 음과 양이 존재한다. 도시도 마찬가지다. 화려하고 밝은 곳이 있는 반면에 잘 드러나지 않는 음지 같은 곳들이 있다. 서울의 못생긴 지역은 바로 음지같은 곳이다. 하지만 필자는 사람이 살아가고 도시가 제대로 굴러가기 위해서는 이런 모습도 공존해야한다고 말한다.
화려하고 밝은 도시의 이면에 숨겨진 이런 도시들은 추억을 불러 일으키고, 우리 이웃들의 살아있는 모습을 느끼게 해준다. 사는 데는 불편하겠지만, 그리고 거주민이 아닌 사람들의 시선에는 거슬릴 수도 있지만 그들에게는 생존이 걸린 문제일 것이다.
새로운 시각으로 서울을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조망해볼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