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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의 흑역사 - 우리가 지금까지 몰랐던 절반의 세계사
오무라 오지로 지음, 송경원 옮김 / 유노책주 / 2023년 8월
평점 :

<종교의 흑역사>는 종교에 대한 책이라기보다 오히려 돈에 관한 세계사라는 말이 어울리는 책이다. 돈은 가장 세속적인 물건으로 얼핏 정신 수양을 강조하는 종교와는 거리가 멀 것 같다. 하지만 사실 종교만큼 돈과 얽혀 있는 곳도 많지 않다. 현대뿐 아니라 과거의 종교도 돈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이였다.
필자는 일본에서 개인과 법인의 탈세 여부를 조사하는 국세조사관이었다. 국세 조사관으로서 바라본 종교는 이윤을 추구하는 그 어떤 기업보다 더 돈에 욕심을 부린다는 걸 알았다. 아마도 이율배반적인 종교법인들의 행태를 보고 이 책의 집필 아이디어를 얻지 않았을까 싶다.
필자의 주장은 간단하다. 종교와 돈은 가장 가까운 사이다. 종교가 없이 돈을 논할 수는 있지만 돈 없이 종교사를 논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전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유대교를 믿는 유대인, 15세기 대항해 시대의 적극적인 항로 개척은 이슬람을 피해 물자를 수입하고 수출하려했던 기독교와 관련이 깊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절대 대화의 주제로 삼으면 안 되는 것이 2가지 있다. 바로 정치와 종교 논쟁이다. 정치와 종교 논쟁을 시작하다 의가 상하고, 심지어 살인까지 일어나기도 한다. 다만 이 책은 특정 종교를 논하는 것이 아니고 유대교, 기독교, 개신교, 불교, 이슬람교 등 과거와 현대에 가장 영향력 있는 종교들을 다루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된다.
특정 종교의 신앙생활을 하기 위해서 세금을 내라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그 종교에서 이탈하지 않을까? 기독교인들은 교회에 일명 '교회세'를 냈다고 한다. 심지어 교회세 때문에 국가가 세금을 징수하지 못해 정권이 무너지거나 국가 제도가 바뀌는 경우도 있었다니 놀라운 일이다.
보통 종교 단체에 기부하는 사람들이 많다. 기부는 자발적이지만 세금은 강제적인 수단이다. 필자가 말하는 대표적인 교회세는 '십일조'이다. 자신의 수입 중 10분의 1을 세금으로 내는 교회제도라고 한다. 로마 제국이 기독교를 국교로 인정하면서부터 교회세는 국가가 인정하는 세금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심지어는 더 많은 교회세를 걷기 위해 식민지를 찾아 유럽 밖으로 눈을 돌리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신대륙 발견을 위한 항해도 처음에는 기독교의 포교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결국 이는 신대륙의 약탈을 정당화하게 되었다.
나는 콜롬버스의 신대륙의 발견, 유럽 패권 국가들의 신항로 개척을 역사적인 의미로 보았을 때 교역의 확장으로 인한 세계 국가의 시작으로 보았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가 모르는 종교와 돈의 복잡하고 미묘한 관계가 숨어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역사는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항상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는 것 같다.
기독교는 유럽을 중심으로 하는 서양 국가로부터 시작하여 전세계적인 포교활동을 통해 세계 각국으로 전파되었다. 우리나라도 한 때는 교회가 가장 많이 보인다고 할 정도로 많았다. 하지만 실제로 재정 규모가 큰 종교는 불교라는 말을 들었다. 실제 재벌이나 영향력 있는 인사들의 종교가 불교인 경우가 많다.
필자는 불교의 사찰이 대재벌이 된 이유를 밝힌다. 일본의 사례를 설명하지만 우리나라도 비슷할 것으로 보여진다. 사람들은 사찰에 기부를 하면 구원을 받는다고 생각해서 적극적으로 기부를 했다. 때에 따라 기부행사를 정기적으로 열기도 했다.
이렇게 모인 재물과 쌀은 사찰에서 소비하기에는 너무나 많아서 국가의 중요한 재원으로 쓰였다고 한다. 또는 사찰에서 고리대금을 운영하기도 했다니 정말 놀라울 뿐이다. 세속을 떠나 수양에 힘쓰는 석가모니의 가르침은 어디가고 고리대금을 하다니!
가장 눈에 가는 교회세와 사찰의 재벌화에 대해 언급했지만 그 외에도 흥미로운 사례가 많다. 그 동안 알지 못했던 역사적 사실에 숨겨진 야사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기존의 역사들이 좀더 새롭게 보인다.
색다른 시각으로 역사를 재해석하는 책을 읽는 일은 항상 즐겁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종교와 돈의 유착관계를 다룬 흥미로운 책으로 적극 추천한다.
* 컬처블룸을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