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소로와 함께한 산책
벤 섀턱 지음, 임현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7월
평점 :

필자는 시대의 고전인 <월든>을 쓴 작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발자취를 따라 6번의 여정을 떠난다. 소로가 걸어간 대자연의 품에서 상실과 고통의 나날을 보낸 과거를 치유하는 경험을 따라가보자. <월든>을 읽지 않은 사람은 있지만 한 번만 읽은 사람은 없다고 말할 정도로 세계는 소로의 가치관에 열광한다.
약 150년 전에 소로가 걸어갔던 여정을 같이 걸으면서 잠시 그가 되어보는 경험은 상상만 해도 희열을 느끼게 한다. 오늘날 연예인 팬덤을 일으키듯이 소로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들도 마찬가지의 팬덤을 가진 것이리라.
필자의 케이프코드에서 시작된 여정은 커타딘산, 와추셋산, 사우스웨스트, 알라가시를 거쳐 다시 케이프코드로 돌아오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소로를 따라가는 명상에세이, 자연 속에서 치유를 느끼는 힐링에세이, 아름다운 자연을 따라가는 여행에세이다.
필자의 일상 속에 갑자기 들어온 소로의 삶. 5월의 어느 새벽에 문득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걸어간 길을 따라 걷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각에 그친다. 그는 현재 생활의 블랙홀에서의 탈출을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32살의 나이로 케이프코드를 걸었던 소로를 생각하며 여행을 시작한다.
150년 전에 헨리가 묵었던 숙소를 찾아 잠을 청한다. 150년 전 숙소가 아직도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가 누운 곳에 같이 누우면 어떤 생각이 날지 궁금해진다. 헨리의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필자의 소회를 적어내려가지만 왜인지 소설처럼 느껴진다.
헨리의 발자취를 따라 걸으면서 만나는 아름다운 자연들, 그리고 사람들. 순간순간 머리를 스쳐가는 생각들을 어떻게 잡아서 글로 쓸 수 있을지가 궁금하다. 지나가는 것은 찰나이건만 메모장을 들고 다니면서 생각의 단상을 잡아내는 것일까? 그렇다면 진정으로 걷는 재미를 느끼지 못할텐데...
시작과 끝이 다르다는 변화를 의미한다. 필자가 처음 케이프코드를 향해 떠났을 때는 복잡한 것들로 번민하고 있었다. 하지만 헨리의 발자취를 더듬어 다 돌아서 다시 케이프코드로 왔을 때는 어떤 악몽도 없이 마음의 평화를 찾게 된다. 헨리가 <월든>에 쏟아부었던 평화가 이런 것이 아니었을지...
필자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대로,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의 발자취를 따라 떠나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사람들이 걷는 고생을 마다하지 않고 산티아고 순례길에 도전하는 것도 비슷하지 않을까? 자연을 통해 생각을 정리하고,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는 기쁨.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겠지만.
<월든>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헨리의 발자취를 거슬러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산책해보면 좋지 않을까? 필자의 작품에는 미치지 못해도 나만의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이전에는 없던 지혜와 통찰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