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가의 수첩 - 맛 평론의 원류 언론인 홍승면의 백미백상
홍승면 지음 / 대부등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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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음식을 먹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비슷하지만 약간씩 색다른 맛을 즐긴다. 그렇다고 음식을 가리거나 하지는 않는다. 살기 위해서 먹을 때도 있지만 가끔은 풍류를 즐기고 싶은 사람이다. 내가 이 책을 선택한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방송과 각종 미디어는 시대상을 반영한다. 요즘 가장 많이 다뤄지는 주제는 단연코 여행과 음식이다. 둘은 찰떡 궁합이다. 굳이 따진다면 음식의 비중이 좀더 높은 것 같다. 여행 프로그램에는 음식이 반드시 나오지만, 음식 프로그램에는 여행이 나오지 않은 경우도 많다.



살기가 힘들 때는 음식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수단일 뿐이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에 들어선 우리나라는 이제 음식을 하나의 문화로 생각하는 흐름이 생긴 것 같다. 음식에는 역사가 있고, 사람이 있고, 흙냄새가 있고, 가족이 있다.



음식 자체의 재료만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개인마다 음식과 관련된 사연도 차고 넘친다. 나라마다 식재료도 다르지만 같은 식재료를 가지고도 서로 다른 음식을 만든다. 이것이 음식이 가진 문화의 힘이다.



지금은 우리가 너무 자주 접하고 흔하게 먹는 식재료들도 사실은 다른 나라가 원산지인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다양한 식재료와 음식의 유래를 알 수 있는 음식 인문학 지침서라 할 것이다. 더불어 음식에 담긴 각 나라와 지역의 풍습도 소개하고 있어 색다른 느낌이다.



필자는 요리사는 아니지만 평소 음식에 대한 호기심으로 다양한 음식과 재료에 대해 기록하는 습관이 있었다고 한다. 직업상 국내외 여행을 많이 하면서 현지 시장에서 수산물과 농산물 등을 접하면서 음식의 유래에 대한 사례를 연구했다고 한다. 음식에 대한 동서고금의 사례를 발굴하고, 국내외 음식의 특성과 삶의 모습에 대해서도 기록하였다고 한다. 이 책은 필자가 평생 기록한 내용을 토대로 하는 음식 대서사시다.



책은 크게 자연으로부터 온 채소, 평상시 자주 즐기는 일상 음식, 그리고 한국인이 자주 즐기는 생선에 대해 다룬다. 필자가 직접 겪은 개인적인 이야기, 우리나라의 시대 이야기와 함께 음식과 관련된 유래를 밝힌다. 더불어 음식과 관련된 나라들의 풍습을 설명하고 고서들의 출처를 표기해 놓았다.



마치 음식에 관한 고서를 보는 느낌이다. 책은 산채와 두릅, 쑥과 마로부터 시작한다. 음식과 재료에 관한 내용인데 때로는 소설처럼, 때로는 인문학처럼 읽힌다. 때로는 요리책처럼, 때로는 역사서처럼 읽힌다. 다양한 장르를 오가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인 듯 하다.



동의보감을 읽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쉽게 이야기해서 음식에 대한 인문학, 역사, 의학 등을 모두 포함하는 음식 전문가의 에세이라 말할 수 있겠다. 아마도 음식에 대해 이 책처럼 다양한 출처와 다양한 장르를 언급한 책도 없을 듯 하다.



얼마 전 작고하신 임지호 셰프님의 프로그램을 정말 좋아했다. 그는 시골을 돌아다니면서 지천에 널린 흔한 식재료들로 건강한 밥상을 뚝딱 만들어내는 요리 마법사였다. 이 책은 마치 임 셰프님을 떠올리게 하는 책이다.



누가 읽어도 배울 것이 많은 책이지만 특히 요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볼 것을 권한다. 음식과 재료, 음식의 어원과 유래 등 우리가 평소 알 수 없는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귀한 책이 될 듯 하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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