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본 오만과 편견 - 1894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제인 오스틴 지음, 김유미 옮김 / 더스토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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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을 고를 때 책의 내용뿐 아니라 표지와 디자인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물론 모두에게 잘 알려진 명작일 때는 디자인에 좀더 신경을 쓰는 편이다. <오만과 편견>은 너무나 유명한 명작이다. 그래서 초판본으로 재출간된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 선택했다.



<오만과 편견>은 영화로도 제작될만큼 명작이고 결혼 적령기의 20~30대 여성들이 많이 읽는 책이다. 19세기 당시 영국 사회의 시대상과 가치관, 그리고 결혼관에 대해 다루지만 21세기인 지금도 공감이 되는 부분이 많다.



19세기의 영국은 신분 계층 구분이 엄격한 왕권 국가 체제로 귀족 계급이 사회의 중심이었다. 그러다 산업화로 막강한 경제력을 갖춘 신흥 계급이 등장하면서 두 계급이 서로 공존하게 된다. 점차 신흥 계급이 주도권을 가지면서 계층 간의 격차가 줄어들었고 그들 중심으로 문화가 발달하던 시대였다.



이런 영향으로 다양한 문화가 발달하고 남성 위주의 가부장적 가치관에 변화가 시작되던 시기였다. <오만과 편견>은 이런 신분 사회와 가치관의 변화의 물결에서 시대상을 가장 잘 반영한 작품이라 말할 수 있다.



다아시로 대변되는 '오만'과 엘리자베스로 대변되는 '편견'이라는 두 세계가 대립하고, 화합의 길을 모색하고 공존을 찾아가는 과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두 주인공의 신분의 차이, 결혼 가치관의 차이 등으로 인해 겪는 갈등 상황을 부각하고 해소하는 과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남성 위주의 사회에 귀족 출신인 다아시는 평범한 가정의 엘리자베스에게 청혼을 한다. 귀족 출신과 결혼하는 것은 신분 상승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다아시는 엘리자베스가 당연히 청혼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활달하고 주체성이 강한 엘리자베스는 거절한다.



<오만과 편견>이 제시하는 결혼의 조건에 대한 고민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당시 여성들은 교육과 사회활동의 제약으로 직업을 가질 수 없었다. 따라서 재산이 많은 남성과 결혼하는 것을 신분과 재산의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랑보다는 외적인 가치가 더 중요한 결혼관이다.



이런 모습은 '샬럿 루카스'를 통해 잘 나타난다. 샬럿은 콜린스에게 특별한 애정을 느끼지 못하면서도 베넷가의 재산을 상속 받는다는 이유로 결혼을 선택한다. 그녀에게 남자나 결혼생활보다 중요한 것은 결혼 그 자체였던 것이다. 결혼은 궁핍한 생활을 모면할 수 있는 최상의 선택이었다.



그러나 엘리자베스의 결혼관은 경제적 조건과 무관하다. 그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사랑'이었다. 그래서 다아시의 엄청난 재력도 그녀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오히려 다아시에 대해 오만하다는 편견을 갖도록 만든다.



엘리자베스는 재력가 다아시도 다른 귀족들처럼 오만하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이 편견은 다아시 개인뿐 아니라 당시 사회를 향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엘리자베스는 작가 제인 오스틴의 정체성이 투영된 인물로 보인다. 즉 작가 제인 오스틴의 가치관, 결혼관이 그대로 드러난 인물이다.



다아시의 청혼을 단 번에 거절한 엘리자베스의 결정은 그녀의 지독한 편견이 만들어낸 오해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신분이나 경제력이 아닌 스스로의 선택과 판단에 따를 결정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다아시와 엘리자베스의 관계는 오만과 편견이라는 대립 구도를 형성한다. 이는 단순히 남녀 간의 감정을 넘어 계급 사회의 모순적 가치를 보여준다. 두 남녀의 대립된 세계는 충돌을 거듭하면서 서로 간의 벽을 허물기 시작한다.



다아시가 권위적인 모습을 버리고 엘리자베스 주변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등 자신이 가진 '오만함'에서 벗어나게 되고, 엘리자베스 역시 다아시의 진정성을 발견하고 그의 사랑을 받아들임으로써 자신의 '편견'을 인정한다. 이렇게 두 세계는 서로를 인정함으로써 갈등은 화해의 해결점을 찾는다.



<오만과 편견>은 당시 시대상을 잘 반영하는 서로 다른 계층의 남녀가 만나 결혼을 통해 서로의 오만과 편견을 인정하고 화해하면서 성숙한 인간이 되어가는 과정을 다룬다. 결국 오만은 상대방으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하게 하고, 편견을 상대방을 사랑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오만과 편견>이 다루는 신분과 경제력 차이에 따른 남녀 관계는 오늘날에도 관심 있는 주제다. 많은 영화와 드라마들이 재벌 2세와 일반 가정의 딸을 애정의 소재로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류의 작품들은 여전히 인기를 얻고 있다.




* 컬처블룸을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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