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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공간, 없는 공간
유정수 지음 / 쌤앤파커스 / 2023년 6월
평점 :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에서도 실패한 상점들이 나오고, 유동 인구가 거의 없는 지역에서도 대박을 치는 상점들이 나온다. 최근에는 도시 외곽 지역에 있는 상점들이 대박을 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필자가 강조하는 공간의 경쟁력 때문이다.
저자의 전공은 건축이 아닌 우주과학이다. 졸업 후 여러 기업을 거치면서 오프라인 비즈니스와 온라인 비즈니스를 두루 경험했다. 양쪽 분야를 모두 경험하면서 공간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고, 공간 기획과 건축을 주제로 하는 글로우서울을 창업한다.
주식 등 투자를 할 때 단기적인 시각이 아니라 다양한 변수에 따라 변할 수 있는 장기를 봐야 한다. 이처럼 공간을 기획하는 것도 미래를 내다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공간은 지극히 오프라인 공간에 한정되지만 필자는 온라인을 의식하는 미래 지향적인 관점을 유지하려 노력한다.
유행을 좇아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은 많지만 정작 미래의 흐름을 읽고 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드물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옷과 같은 패션은 일시적 유행을 좇으면 그만이지만 공간은 비용적 측면에서 문제가 크다. 그래서 유행보다는 공간의 미래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단순한 유행을 넘어 그 너머에 있는 흐름을 보고자 했다. 예를 들면 전기자동차의 흐름에서 내연기관 자동차는 없어지는 것이 미래다. 그러면 전기자동차를 위해 필요한 배터리를 만드는 회사가 되는 것이 필자의 창업 방향이다.
건축학 비전공자의 입장에서 필자는 상업 공간에 특화된 공간기획이 필요함을 느꼈다. 하지만 대부분의 건축 전공자들은 '집'을 중심으로 하는 주거공간 중심의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상업 공간을 위한 전용 솔루션에 대한 관심을 더 가지게 되었다.
필자는 살아남는 공간을 만드는 6가지 전략을 소개한다. 유휴 공간을 확보하는 6대 4의 법칙, 공간의 원더(Wonder)를 만드는 선태과 집중의 법칙, 그 원더를 가급적 중앙에 움직이는 형태로 배치하는 차원 진화의 법칙, 공간의 층고를 높이는 최대 부피의 법칙 등은 건물의 연면적을 줄이는 방식이다.
기존의 방식들이 연면적을 최대한 확보하려 했다면 필자는 양적 효율보다는 질적 효율을 추구한다. 필자의 6가지 전략은 전체적으로 질적 효용을 추구한다.
필자는 상업 공간은 처음부터 상업 공간으로 기획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상업공간은 다른 공간에 비해 이용객의 체류 시간이 극명하게 짧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상업 공간에는 반드시 사람들의 눈길을 확 잡아끄는 원더가 있어야 한다. 고객의 눈길을 끌지 못하면 상업 공간은 실패하기 마련이다.
주거 공간과 오피스 공간은 오래 머물러야 하지만, 상업 공간은 사람들이 즐기러 오는 공간이기 때문에 오래 머무를 필요가 없다. 장소가 마음에 들더라도 머무는 시간은 잠시뿐이다. 이 짧은 시간에 그곳에 온 사람들을 매료시킬 무언가가 필요하다.
주거나 오피스 공간에 비해 자유롭게 열려 있다는 것이 장점이지만 최대의 약점인 것이다. 쉽게 찾을 수 있지만 그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면 쉽게 버려질 수 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매출을 올리든 그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가능성이 생긴다.
평소 상업적인 공간에 대해 이렇게까지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필자의 말 그대로 많은 상업적인 공간들을 지나쳐 왔다. 유독 어떤 공간에서는 오래 머무르면서 즐겼던 기억도 있다. 공간의 특성상 지나칠 수 밖에 없는데 사람들을 끌어모으기 위한 건축의 노력이 있을 줄이야.
덕분에 핫플레이스라 불리는 공간들에 녹아있는 원더를 알게 되어 기쁘다. 필자처럼 나도 건축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런 시각을 유지한다면 필자와 비슷한 안목을 가질 날이 머지 않아 오지 않을까? 이제는 한 공간을 가도 그 공간이 우리에게 주려는 의도가 무엇인지 생각해 볼 것 같다.
* 컬처블룸을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