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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책 - 당신이 쓰는 모든 글이 카피다 ㅣ 카피책 시리즈
정철 지음, 손영삼 비주얼 / 블랙피쉬 / 2023년 4월
평점 :

정철의 카피책은 카피라이팅의 바이블로 불린다. 초판부터 벌써 7년이 흘러 전면 개정을 한 개정판을 냈다. 35년차 카피라이터의 내공을 담아 초판본에 쏟아진 관심을 반영했다고 한다. 마지막 카피책이라는 마음으로 대수선을 진행했다고 하니 믿어볼만하다.
많은 카피라이팅 책들과 다른 점은 남들의 카피를 가져다 분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신이 직접 사용한 카피만으로 책 한 권을 가득 채운 카피라이팅 35년 간의 기록이다. 비즈니스 전쟁터에서 저자가 사용한 다양한 카피라이팅을 선보인다.
남들은 카피라이팅의 교본과 같다는 찬사를 보내지만 정작 정철 작가는 카피가 고민될 때 참고하는 연습장으로 쓰라고 한다. 카피라이팅의 모범 답안을 모아놓은 책이 아니기에 작가의 생각을 따라가보고 훔쳐보라고 말한다. 이렇게 카피 후배들을 위해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한단다.
카피라이팅은 연필과 머리로 쓴다고 한다. 카피는 글자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 말한다. 그림이 글자보다 더 직관적으로 다가오는 법이다. 글자가 그림으로 그려지지 않으면 제대로된 카피가 아닌 것이다. 그래서 카피 작법의 가장 중요한 1원칙은 글자로 그림을 그리라고 하는가보다.
저자는 카피를 잘 만들기 위해서 도둑질을 권장한다. 말 그대로 모방이다. 끊임없이 훔쳐와서 아이디어 재료로 고민하고 또 고민하라는 말이다. 모방하고 패러디하면서 더 좋은 아이디어가 생기는 법이다. 정말 유명한 카피에 일부 문구만 바꿔도 훌륭한 카피가 된다.
택시 요금이 3,500만원이라면? 때로는 엉뚱한 헤드라인을 던져 소비자의 관심을 사로잡을 필요도 있다. 시간도 없고 관심도 없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하는 방법 중 하나인 것 같다. 헤드라인이 엉뚱할수록, 말이 안 될수록 소비자의 시선을 끌게 된다.
정철의 카피에는 제품 전에 사람이 있다. 사람을 다루고 사람 냄새가 나는 카피야말로 가장 힘 있고, 가장 재미 있고, 가장 울림이 큰 소재가 된다고 말한다. 결국 상품의 최종 종착지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람을 움직일 수 있어야 상품이 팔린다. 그래서 정철 작가는 사람을 강조한다.
얼마 전에 개그맨 김태현이 다른 친구의 장모님이 사위를 핸드폰에 '사랑하는 사위'라고 저장하는 것을 보고, 자기 장모에게 어떻게 저장해 놓았는지 물어보았다고 한다. 김태현 장모는 '개그맨 김태현'이라고 저장했다고 한다.
얼마되지 않는 글자지만 어떻게 저장하는지에 따라 느끼는 감성도 다르고, 당사자가 느끼는 감정의 거리도 달라진다. 나는 가족, 친구, 지인 등 모든 이름이 그냥 실명이고 소속기준이다. 검색의 편의성을 위해서다. 그래서 남들에게는 잘 보여주지 않는다. 가족과 친구들이 보면 얼마나 서운하겠는가? ^^;;
우리는 대부분 카피라이터가 아니다. 그렇지만 일상 생활 속에서 카피를 써야할 일은 정말 많다. 명함이나 청첩장 문구를 적을 때 필요한 것은 카피다. 연하장, 카드, 추천사, 자기소개서에도 카피는 필요하다.
우리는 생활에서 다양한 카피를 고민하는 생활 카피라이터이다. 그래서 나는 '카피라이터가 아니기 때문에'가 아니라 '일상에서 수시로 필요한 것이 카피이기 때문에'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있다.
카피는 카피라이터의 전유물이 아니다. 다만 그들은 카피를 가지고 돈을 받는 일을 할 뿐이다. 누구나 일상 생활을 하면서 카피는 필요하다. 연애편지를 쓸 때도, 누군가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낼 때도 카피는 빛을 발한다.
생활 카피라이터로서 이 책을 정독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 컬처블룸을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