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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다녀왔습니다 - 무작정 떠난 세계 여행 1330일
임윤정 지음 / 비즈토크북(Biz Talk Book) / 2023년 3월
평점 :

한 나라를 정해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다. 하물며 약 4년에 걸쳐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지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저자는 이런 로망을 이룬 것 같다. 1330일의 대장정을 마치고 그 여정을 적은 책을 펴냈으니 말이다.
사실 내가 기대한 책과 조금은 달라서 살짝 당황했다. 각 지역의 여행 안내서에 가까울 것이라 기대했는데 약간 일기나 에세이 느낌이 강하다. 약 40곳에 달하는 지역을 여행하면서 느끼는 감정과 일어나는 일들을 에세이처럼 담담하게 적어 나간다. 여행지역은 주로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지역이다.
저자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직장인의 표본이다. 밀려오는 업무로 주말도 반납하고 출근해야 했으며, 계절이 바뀌는 것도 모르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그러나 어느 일요일 출근길에 무심히 사표를 던지고 인생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 딱히 무엇을 해야겠다는 계획도 없었다. 그러니 당연히 세계여행을 떠나야겠다는 계획도 없었다. 다만 20대 초반에 품었떤 세계여행에 대한 꿈을 다시 상기하는 정도였다. 세계여행에 대한 거대한 꿈이라기보다 당장 지옥같은 현실로부터의 도피라고 보는 편이 나을 듯 하다.
그렇게 1330일의 세계여행을 떠난 후 여행사에 취직을 하고 바쁜 나날을 보냈다. 코로나19로 인해 여행업무에 여유가 생기면서 주변의 권유로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를 보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하다보면 기회가 따라온다는 말을 이해하게 된다. 무작정 여행을 떠났고, 여행이 끝난 후 우연처럼 여행사에 취직했다. 그리고 책 출간까지.
저자의 여정은 동남아시아에서 시작해 아프리카로 이어진다. 막연하게 6개월 정도 예상하고 떠난 여행이 3년을 훌쩍 넘기는 대장정이 되어 버렸다. 저자는 3년 넘게 국내에 들어오지 않고도 여행을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동력을 '무계획'이라 생각한다. 말그대로 고민없이 온전히 여행을 즐긴 것이다.
무계획 중에서도 하나의 컨셉은 여행과 영어 공부를 같이 하는 계획이었다. 그래서 첫 여행지를 필리핀으로 잡았다. 여행하면서 영어공부를 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 생각했다고 한다. 게다가 학비와 물가까지 저렴하니 최적의 조건이었으리라.
그런데 첫 여행지인 필리핀에서 큰 일을 당한다. 거리에서 친해진 친구들과 음식을 나눠 먹었는데 그 이후 기억이 전혀 나지 않았다. 신용카드를 잃어버리고 달러와 유로 비상금도 없어졌다. 경찰서에 신고는 했지만 찾을 수는 없었다. 아마도 그들이 음식에 약을 탄 거 같다는 말에 오싹해졌다고 한다.
직장에 홀가분하게 사표를 던지고 이제 기분 좋게 시작한 여행의 첫 시작부터 안 좋은 일을 당한 것이다. 이런 상황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로 귀국을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자는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다음 목적지를 향해 힘차게 나아갔다.
정말 대단한 마인드의 소유자이다. 타국에서 혼자 당한 오싹한 일을 용감하게 이겨낼 수 있는 용기가 대단한다. 이런 용기가 저자를 3년 동안 세계 곳곳으로 이끌었는지도 모른다. 여행 안내서를 기대했던 내게 오히려 더 좋은 간접 경험을 제공한 책이다.
여행을 하면서 주의해야 하는 다양한 일들을 딱딱한 지시사항이 아닐 구체적인 상황으로 알려주어 더 도움이 된다. 특히 해당 나라의 특성을 잘 반영한 사건(?)들은 내가 다음에 여행을 갈 때 무엇을 조심해야할지 알게 해준다.
각 나라에서 며칠 간에 걸쳐 저자가 겪은 내용들을 짧은 페이지에 줄여 담았지만 어떤 여행 안내서보다 효율적이다. 여행기에는 지역 정보, 역사, 문화, 숙박 정보 등 필요한 내용들이 곳곳에 있다.
향후 세계여행을 계획한다면, 특히 저자가 다녀온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을 생각한다면 이 책과 다른 가이드북을 같이 가져간다면 서로 보완할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될 것 같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