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 - 삶, 사랑, 관계에 닿기 위한 자폐인 과학자의 인간 탐구기
카밀라 팡 지음, 김보은 옮김 / 푸른숲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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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진리라 무엇일까에 대한 생각을 한다. 이 세상에 진리라는 것이 있을까? 많은 지식들이 한 시대를 풍미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더 이상 유효한 진리가 아닌 것이 된다. 모든 것은 변한다는 것만이 진리라는 말이 있겠는가?



예를 들어 성공의 정의를 보자. 예전에는 한 분야를 수 년에서 수 십년 연구한 전문가를 성공한 사람으로 보았다. 하지만 요즘은 여러 분야를 다루고 융합할 줄 아는 사람을 진정한 전문가로 보기도 한다. 이를테면 폴리매스라는 이름으로 이들의 업적을 칭송하는 듯 하다.



비슷하게 인간이라는 동물은 감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모든 인간이 감성을 가지고 있을까? 저자는 스스로 감성이 고장난 사람이라고 말한다. 5살 이후로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음을 알았고 이후 자폐스펙트럼 장애 판정을 받았다. 그리고 ADHD, 아스퍼거스증후군, 범불안장애, 강박장애, 감각처리장애 등 다양한 신경 장애 판정을 받는다.



우리가 생각하는 보통 사람의 관점에서 보면 심각한 신경 장애 환자임이 틀림 없다. 저자는 스스로 다른 사람과 다름을 인정한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당연하게 여기는 공감, 이해, 신뢰와 같은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마저도 그에게는 힘든 일이다.



이 책은 고립된 5살의 소녀가 삼촌 방에서 만난 다양한 과학책을 기반으로 어엿한 과학자가 되어 과학이라는 기술을 통해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 쓴 저자의 인간사용설명서다. 그녀에게 삶의 모든 순간들이 과학을 실험하는 실험실이었고,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연구 대상이었다고 한다.



인간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감정에 문제를 가진 저자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나 감정 표현 등을 회피하는 대신 자신이 좋아하는 과학의 언어를 통해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자 노력한다. 인간의 다양한 심리와 행동의 관계를 과학에 기반해서 해석하는 세계 유일의 책이다.



보통의 사람들이 가지는 신경 상태를 신경전형성이라 하면 저자는 신경다양성을 가진 사람이다. 보통은 신경다양성을 가진 사람들을 비정상 또는 신경장애라고 말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신경다양성은 그저 다른 사람과는 조금 다른 차이, 다름, 초능력의 관점으로 보아주길 바란다.



이 책은 과학책인지 사회학책인지 헷갈린다. 책 전반에 걸쳐 저자의 과학적 지식에 녹아 있고, 이 모든 지식은 인간의 심리와 행동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나는 세계 유일의 책이라 말하고 싶다. 한 분야도 아니고 생물화학, 물리학, 통계학, 열역학, 물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총망라했다. 그래서 이 책은 과학책이기도 하다.



얼마 전에 전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았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과학자 버전이라 보면 좋을 듯 하다. 저자와 같은 신경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인간 관계에 서툴다. 저자 또한 인간의 심리와 행동을 과학적으로 연구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서툴다는 것에 인정한다. 하지만 저자는 끊임없이 실험하고 노력한다. 그래서 인간사용설명서인 것이다.



예를 들어 머신러닝을 통해 인간이 가장 좋은 선택을 하는 방법, 단백질 결합과 파동이론을 통해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방법, 열역학을 통해 완벽주의를 극복하는 방법, 딥러닝을 통해 실수에서 배우는 방법, 양자물릭학을 통해 목표를 이루는 방법 등을 배운다.



이 책은 영국왕립협회에서 선정한 2020년 최고의 과학책이다. 과학책이 맞다. 하지만 인간의 심리를 다룬 심리학 책이기도 하고, 자기계발에 인사이트를 주는 자기계발서이기도 하다. 한 권에 책에 인간을 이해하는 거의 모든 도구들이 들어 있는 신기한 책이다. 인간을 이해하는 사고의 폭이 넓어지는 기분이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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