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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언제나 인간을 앞선다 - 처음 만나는 생체모방의 세계
패트릭 아리 지음, 김주희 옮김 / 시공사 / 2023년 4월
평점 :

인간은 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것들을 발명하고 지금은 그것들이 마치 당연한 것처럼 사용되고 있다. 책에 소개된 신칸센, 위장 피부, 충격 흡수 장비, 고성능 단열재, 무통 바늘 등이 그렇다. 우리는 당연한 것처럼 여기지만 이것들이 발명되기까지 많은 고민과 시행착오가 있었다.
지구에 사는 생물체들은 생존을 위해 유전적 변이과정을 거친다. 유전적 변이가 생존에 도움이 되는 생물은 지금까지 살아 있는 종들이다. 결국 생물들은 척박한 지구의 환경에서 살아나기 위해 장애물을 극복하고 해결책을 찾아내도록 진화한다. 따라서 자연을 통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게 된다.
저자는 이를 생체모방이라 한다. 즉 지구에 사는 생물들에서 영감을 받아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기술을 만드는 과정을 말한다. 생체모방기술에 대한 역사는 오래되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박쥐의 날개를 모방하여 날아다니는 기계를 스케치 하였다. 그러나 이는 후에 라이트 형제에게 영향을 미친다.
저자는 오래도록 BBC의 야생동물 다큐멘터리 제작자로 일하면서 자연이 보여주는 놀라운 장면들을 목격했다. 특히 생체모방에 관한 이야기를 발견할 때면 늘 짜릿한 기쁨을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그 모든 이야기를 이 책에 온전히 담으려고 노력했고, 책에는 30마리의 동물을 소개한다.
일본에서 신칸센을 설계할 때 가장 큰 난제가 공기의 부딪힘이었다. 터널을 지나칠 때 공기가 신칸센을 지나쳐 흘러야 소음이 적은데, 그대로 부딪혀서 '쾅!'하는 굉음이 발생했다. 우연히 야생조류학회 강연을 통해 물총새에 대해 알게 된다.
물총새 부리의 모양을 본떠 만든 신칸센 앞머리를 새롭게 디자인한 결과, 길이는 기존 6미터에서 15미터로 길어졌지만 공기 저항을 30% 이상 줄일 수 있었다. 소음이 줄어들면서 더욱 빠르고 조용하며 출력이 높아졌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다른 문제들이 생겼다. 나머지 문제는 올빼미와 아델리펭귄을 통해 해결하였다.
초기 신칸센의 치명적인 문제점 3가지를 세 가지의 다른 종으로 해결하였다. 새들이 바람의 저항을 적게 받고 날아다니는 것에 착안하여 신칸센의 앞머리부분, 등 부분에 달리는 집전장치, 그리고 집전장치를 받치는 지지대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한 것이다.
인간이 만들어내는 것은 인간이 생활하는데 없어서는 안될 물건들은 아니다. 다만 기술의 발전이라는 이름 하에 더 빠르고, 더 쉽고, 더 적은 노력으로 이룰 수 있게 해주는 것들이다. 따라서 자연 속에서 이미 그런 부분에 탁원한 진화의 능력을 갖춘 생물을 찾는다면 혁신은 좀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한 가지만 소개했지만 나머지 29가지의 생생한 개발 스토리와 자연계의 생물에서 느끼는 놀라운 진화의 흔적들은 우리의 뇌를 말랑말랑하게 해주기에 모자람이 없다. 이 책은 여러모로 쓸모가 많다. 재미로 읽어도 좋지만 다양한 아이디어가 필요한 사람들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위해서도 좋을 듯 하다.
우리의 사고는 편한 방향으로 경직되는 경향이 있다. 이 책은 우리의 사고를 그 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돌려 새로운 아이디어를 양산하는 데 도움을 주기에 충분하다. 지금 당장 이 책을 읽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얻어 보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