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토종을 지키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 사라져가는 토종씨앗과 이를 지키는 농부들 삶
강희진 지음 / 렛츠북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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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칭 애국심이 강한 것 같다. 흔히 '국뽕'이라는 말로 칭하는 지극히 긍정적 의미에서의 민족주의라고 칭하고 싶다. 우리 것에 대한 자부심, 우리 것에 대한 사랑이 조금 강하다고 보면 좋을 듯 하다.



특히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산과 들을 뛰어다니며 자란 탓에 우리의 자연, 우리의 식물들에 관심이 많다. 한 때는 약초꾼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식물과 약초를 좋아해서 한 번은 진지하게 진로를 고민해본 적도 있었다. 지금도 약초에 대한 공부를 하고 싶은 생각은 있다.



나름 '국뽕'으로 차 있는 내게 사라져 가는 토종씨앗과 그리고 그것을 지키려는 농부들의 처절한 노력을 담은 책은 충분히 구미가 당기는 것이었다. 책 제목 자체가 누구도 토종을 지키라고 하지 않았지만 스스로의 사명감 등으로 지켜내는 과정이 담겨 있을 것 같다.



평생 농사와 동고동락을 했던 저자가 농사에 대한 부채감으로 시작한 것이 씨앗 박물관이라고 한다. 미수가 넘은 어머니와 아내, 그리고 자신의 검정깨와 관련된 일화 이후로 어머니의 씨앗 보관소를 발견한 것이 계기였다. 어머니의 낡은 서랍 속에 고이 모셔진 온갖 씨앗들의 지금의 한국토종씨앗박물관의 모태였던 것이다.



우리나라의 가장 큰 종묘 회사가 외국인 주주의 손에 들어갔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그리고 많은 선진국들이 미래의 식량 전쟁과 작물의 멸종을 대비하여 앞다퉈 씨앗을 보관하는 노력을 기울인다는 기사도 읽었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있다. 하지만 저자처럼 개인적으로 시작한 경우는 처음 듣는 일이었다.



책에는 30가지 이상의 토종 씨앗과 그에 얽힌 이야기가 나온다. 평생을 농사만 짓는 농부로 살아왔다는 저자의 필력이 예사롭지 않다. 때로는 에세이처럼, 때로는 생물학 전문서적처럼 아무 것도 모르는 나도 쉽게 빠져들 수 있을 정도의 강약 조절이 있다.



지금도 아직 재배되고 있지만 토종이 거의 없는 씨앗도 있고, 지금은 거의 대부분의 지역에서 종적을 감춘 씨앗도 있다. 또는 감저처럼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는 종류도 있다. 저자의 노력이 아니었다면 이미 멸종되었을지도 모를 씨앗들이다. 이름도 생소하고 존재 자체도 잘 몰랐던 토종 씨앗들에 대한 저자의 애착과 자부심이 느껴진다.



특히 어렸을 때 많이 보던 토종 메밀, 조, 토종 밀 등은 지금은 잘 보기 힘들다. 계절의 다양성만큼이나 다양한 품종의 콩도 있다. 쥐눈이콩, 종콩, 부룩배기 그루팥, 베틀콩, 하나가리콩, 홀아비밤콩, 감미콩 등 이름은 생소하지만 보존의 가치가 있는 콩들이다.



저자의 노력은 식량 전쟁으로 치달을 미래에 한국의 식량 자원을 지키는 데 큰 공헌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식량 전쟁은 결국 종자 전쟁이고, 결국은 종자가 세계를 지배한다고 생각한다.



미니파프리카 종자 가격이 금값의 3배, 토마토 종자 가격이 금값의 2배에 육박하는 현실을 보면 종자의 보존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종자의 미래가치를 아는 선진국들이 앞다퉈 종자를 보존하고, 무기화하는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작물의 종자를 보존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노력은 현지에서 실제 재배하는 노력을 통해 그 지역의 환경에 적응하면서 스스로 보존되는 것이다. 100년 동안 냉동고에서 저장된 종자는 원래의 특성을 유지하겠지만 변화되는 환경에 적응하는 것은 별도의 문제다.



따라서 저자가 기울이는 토종 씨앗을 보존하는 노력과 더불어 현지에서 토종 씨앗을 기르는 노력이 더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각국이 종자를 보호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시점에 우리도 그에 준하는 노력을 기울여야겠지만 더불어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력을 가진 건강한 씨앗을 퍼트리는 노력도 필요할 것 같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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