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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 일본 원자력 발전의 수상한 역사와 후쿠시마 대재앙
앤드류 레더바로우 지음, 안혜림 옮김 / 브레인스토어 / 2022년 11월
평점 :

내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일본의 원전수 무단 방출에 대한 기사 때문이다. 일본의 무책임한 방류 결정과 강행, 이에 반응하는 국제 사회의 무관심에 가까운 대응 등이 나를 너무 화나게 한다. 왜 일본은 이렇게 무책임하게 방류를 하는지, 그리고 국제사회는 왜 제재를 가하지 못하는지 궁금했다.
인류 역사상 두 번째 7등급 재난으로 기록되는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체르노빌 원전사고와 더불어 최악의 원전 누출사고로 손꼽힌다. 후쿠시마 원전의 직접적인 원인은 강도 9.0 이상의 강진과 그로 인해 발생한 15미터 가량의 쓰나미 때문이었다. 평소에 모든 재난 상황을 매뉴얼로 정리하고, 연습한 일본도 속수무책으로 당한 인재였다.
일본은 역사적으로 한반도의 속국의 형태로 나라를 운영해 왔다. 문화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한반도의 우위를 차지하지 못하다 메이지 유신을 통해 서양문물을 받아들이면서 달라진다. 메이지 유신 이후 산업을 발전시키면서 에너지 자립을 꿈꾸는 일본은 원자력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게 된다.
2011년 3월 12일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재앙이라 불리는 인재로 인정함이 당연하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독립조사위원회 위원장 구로카와 기요시의 말처럼,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은 일본 사회에 뿌리깊게 박힌 반사적 순종, 권위의 맹신, 집단주의, 편협함에 기인한다. 당시 원전의 책임자에게 책임이 있다라기보다는 일본의 전체 시스템에 문제가 있음을 시인한 것이다.
일본의 원전수 무단 방류 결정에 대한 나의 의구심이 해결되는 지점이다. 일본은 관습처럼 오래도록 학습되어온 문제들이 많다. 서로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집단주의적인 문화가 일본 전체를 압도하고 있는 것이다. 메이지 유신을 통해 시장을 적극적으로 열었던 일본은 최근에는 오히려 안으로 문을 걸어잠그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1950년대 패전국가인 일본은 원자력의 가장 직접적인 피해자였다. 그런 일본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원자력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요미우리 신문을 포함한 각종 언론들이 원자력 에너지를 극찬하고, 미국의 CIA는 이런 분위기를 더 가속화 시켰다.
일본은 사소한 것부터 재난 상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뉴얼을 잘 갖춘 것으로 유명하다. 원자력 발전소도 각각의 사소한 부분들까지도 안전에 대한 책임을 부과하여 관리하였다. 하지만 발전소 전체를 책임지는 사람은 없는 것이 문제였다. 사소한 것들에 대한 관리와 검사에 치중하다보니 형식적인 문서작업이 많아지고, 이는 수많은 조작과 전관예우로 이어진다. 어찌보면 이런 구조적인 문제가 가장 큰 발단이 아니었을까?
게다가 일본은 원자력 발전소 총책임자가 원자력 전문가가 아닌 경제 전문가를 세웠다. 이는 우리나라도 비슷하다. 전문가가 있어야 할 자리에 관료들이 순환 보직을 맡는 것이다. 책임자는 일정 기간 근무를 하고 떠나야 하기 때문에 전문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도 많은 기관들의 장이 비전문가인 정부의 관료들로 채워지는 것을 보면 이상할 것이 없다.
일본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가 우리나라에도 동일하게 이루어지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도 이런 재난상황에 어떻게 대처할지 걱정이 된다. 때로는 경제의 논리로 비용을 절감해야 해서, 때로는 정치의 논리로 자신들의 견해와 다르다는 이유로 회피하는 일들이 공공연하게 이루어진다.
책을 읽다보면 많은 부분들이 우리나라와 오버랩되어 보인다. 우리나라도 원자력 발전소가 많다. 일본처럼 강진이 자주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의 상황을 보면 예전보다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것만은 확실하다. 꼭 지진이 아니어도 다른 천재지변 또는 인재로 인해 문제가 발생했을 때 과연 우리나라는 일본과 다른 현명한 대처를 할 수 있을까?
작가가 쓴 체르노빌에 대한 책도 읽어보아야 겠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