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학교 요리 수업
양영하 지음 / 나비클럽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 고향은 지리산 자락이 흘러 멈추는 지역쯤이다. 전라남도 구례와 가까운 산촌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 나오는 식재료들이 모두 눈에 익다. 어렸을 때는 사방이 산으로 둘러쌓인 산을 타면서 놀았다. 그래서인지 책에 나오는 사진들이 친숙하다.



저자는 지리산 자락에서 산을 개간하여 농사를 짓는 남편의 연애편지에 바로 결혼을 결심했다고 한다. 지리산에서 아이들을 키우면서 다양한 자연산 재료들로 요리를 하고, 그것들을 민박하는 사람들과 나누게 되었다. 그러다가 지리산학교 요리수업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게 되고 요리책을 내게 된다.



이 요리책은 나에게 특별하다. 나는 제피를 너무 사랑한다. 지금까지 본 어떤 요리책에서도 제피를 발견할 수 없었다. 제피는 산초보다 향이 더 진하고 맛이 더 알싸하다. 고향에 여름이나 가을에 들르게 되면 상추와 된장에 방금 딴 제피잎을 대충 싸서 먹어도 꿀맛이다.





이 책에는 제피 요리뿐 아니라 제피 사진이 그득하다. 향수를 자극하는 요리책이다. 요리책인데 에세이다. 저자의 선한 마음과 맛있는 손맛을 읽을 수 있는 글이 마음을 울린다. 이름들은 생소해도 사진을 보면 한 번 쯤은 보았던 재료들이다. 어렸을 때는 흔하던 것들이라 '이런 것도 먹을 수 있구나'하면서 새삼 놀란다.



저자는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에 맞춰 자연이 주는 재료들로 요리한다. 봄에는 봄을 알리는 전령사인 쑥을 따다 쑥국을 끓인다. 여름에는 냇가에서 다슬기를 잡아 수제비를 끓인다. 가을에는 겨울 준비를 위해 김치를 담그고 식혜를 만든다. 겨울에는 다양한 차와 장아찌를 만든다.





이 책에는 제피 요리가 2가지 나온다. 내년에는 꼭 제피 요리를 손수 만들어 먹을 것이다. 먼저 제피잎고추장장아찌다. 제피의 향은 스트레스를 날려 버리게 한다. 봄에 나오는 제피순을 따다 반그늘에 살짝 말려서 고추장, 매실퓌레, 오미자청, 수제맛술을 끓여 식힌 양념장을 살살 버무려 통깨를 뿌리면 끝이다. 만드는 방법도 쉽고 맛도 정말 기대된다.





제피는 고수처럼 호불호가 강한 식재료다. 고수마니아가 있듯 제피도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환장하는 수준이다. 여름이면 제피가 들어간 음식은 뭐든 맛있을 정도다. 이번에는 파스타나 빵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제피페스토다. 가장 한국적인 재료와 가장 이국적인 음식의 만남이랄까? 만드는 방법은 너무나 쉽다.



연한 제피 열매와 잎을 따서 씻고, 캐슈너트와 잣을 따로 볶아 모든 재료를 믹서기에 넣고 갈아준다. 여기에 올리브유를 채우면 끝. 정말 맛이 기대된다. 내년 봄이 기다려진다.



이 책에는 제피뿐 아니라 사시사철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재료들로 맛깔나는 요리를 만들 수 있는 레시피가 가득하다. 다만 내가 제피를 사랑하는 관계로 너무 반가운 나머지 제피 레시피만 실었다.



건강한 식재료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식재료와 관련된 스토리에 공감하고 싶다면 단연코 이 책을 추천한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