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유사

삼국유사 - 현실과 환상이 만나고 다투다가 하나 되는 무대 ㅣ 클래식 아고라 2
일연 지음, 서철원 옮김 / arte(아르테) / 2022년 11월

우리나라 고대 역사에 대한 역사적 사료가 많이 부족하다. 그래서인지 고려와 조선에 비해 삼국시대에 대한 책들이 많지 않다. 학교에서 배운 바로는 삼국시대를 기록으로 남긴 역사서는 김부식의 <삼국사기>와 일연의 <삼국유사>가 거의 전부라 알고 있다.

<삼국사기>는 나라에서 정식으로 펴낸 역사책이라 빠진 부분도 많고, 정치사를 중심으로 서술된 부분이 많다. 하지만 <삼국유사> '유사'라는 말이 '빠뜨린 일'을 칭하는 것처럼 <삼국사기>를 문화사를 중심으로 보완한다.

저자가 나름 해석하고 해제를 하였지만 한자적 표현이 많아서 이해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마치 야사를 읽는 것처럼 재미있게 읽힌다. <삼국유사>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기술했다기보다는 짧은 이야기들을 모아놓은 모음집 성격에 가깝다고 말한다. 그래서 뚜렷한 목적 없이도 가볍게 아무 곳이나 펼쳐 놓고 읽기를 권한다.

<삼국사기>가 사람 중심이라면 <삼국유사>는 사람 외에 귀신이나 도깨비도 나온다. 세상은 사람 외에도 같이 살아가는 존재가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다만 귀신과 도깨비가 사람을 해하는 존재가 아니라 사람과 동고동락하는 우리의 이웃으로 나온다.

삼국시대의 대표적인 종교였던 불교의 영향으로 인연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흥법, 탑상, 의해편은 불교적인 내용이 전부를 이룬다. 불교의 전래, 불교 신앙, 경전의 전파와 불교의 정착 과정들을 다룬 다양한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단군 신화가 <삼국유사>를 통해 전해졌다는 사실을 알았다. 한민족이 단일민족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게 해준 단군 신화가 <삼국사기>에는 나올 수 없었을 것 같다. 신화는 사실이기 전에 하나의 민족의 뿌리를 알게 해주는 중요한 자료임에 틀림없다.

<삼국유사>를 단순한 재미거리로 읽기보다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교훈을 제공해 준다. '나'가 존중받지 못해 '너'로 인정하지 못해서 '우리'로 서로 어우러지지 못하는 세태를 꼬집는다.

<삼국유사>를 통해 사람 외의 존재들을 통해 세상 모든 것들의 공존과 만남, 화해를 강조한다. 석탈해를 보면 오늘날 외국인들과 결혼해서 사는 다문화가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호랑이를 아내로 맞아들인 사람을 통해 다양한 시각을 보여준다.

<삼국유사>는 여느 역사서와 정말 많이 다르다. 정사라기보다는 야사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많은 이야기들이 실려 있고, 우리가 모르는 이야기들도 있지만 다양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하는 역사서가 아닐까 싶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