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디서 살아야 하는가 - 인문학자가 직접 고른 살기 좋고 사기 좋은 땅
김시덕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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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당할 각오로 밝혀낸 대한민국 부동산의 대기록! 책을 읽게 만드는 멘트가 대박이다. 이 멘트 하나에 자연스럽게 이끌려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도시문헌학자.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도시를 연구하고 읽는 인문학자를 스스로 부르는 명칭이라고 한다. 도시를 책처럼 읽어내는 일이란 얼마나 멋진 일일까? 도시를 읽는다는 말이 멋있게 다가온다.



저자는 대한민국은 집을 재산 증식의 수단으로만 여기는 경향이 강했다. 그래서 전세를 옮겨 다니거나 집을 갈아타는 생활이 일반화 되었다. 그러나 꽤 오랜 시간을 보내는 집에서의 안전과 건강은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저자는 투자 가치만큼이나 건강과 안전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대부분의 부동산 투자들이 하는 임장 형태와 다르게 도시를 둘러본다. 기본적으로 자가용이 아닌 대중교통을 타고 답사를 다닌다. 투자만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크게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실거주 목적일 때는 반드시 대중교통을 타봐야 한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자가용만 이용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신도시의 경우에는 대중교통의 운행 간격이 길어서 학교를 다니는 중고등학교 자녀들이 몇 시간에 걸쳐 등교를 해야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한다.



기존에 아파트 중심으로 형성되는 주거문화가 점차 다양한 형태의 주택으로 변화하면서 도시의 경관과 의미가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해 알아가는 재미가 더해진다.



저자는 정부의 주도로 이루어진 다양한 부동산 프로젝트를 통해 대한민국 부동산의 역사를 심도있게 다룬다. 이를 통해 남북관계, 재난위험, 재개발, 교통망의 호재 등과 연관하여 살기 좋고 사기 좋은 부동산의 조건에 대해 자세히 다룬다. 나는 평소 경기 북부의 거주에 대해 의문이 많았다. 남북관계와 안보문제에 대한 저자의 견해가 도움이 되었다.



경기 남부에 사는 나는 경기 북부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나 북한과 가까운 지리적 특성때문에 괜히 꺼려지는 게 있었다. 저자는 인천공항과 일산신도시 건설이 안보위협이 줄어들고 있다는 신호라고 말한다. 최근에 진행된 파주시 교하지구와 운정신도시는 안보위협이 크다면 실행할 수 없는 프로젝트라고 한다. 재래식 무기 경쟁이 끝나면서 북한과의 거리는 크게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미국 본토를 노리는 시국이니 말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지진으로부터 안전지대는 아니다. 그리고 생수를 사먹는 시대가 오면서 안정적인 상수원 확보도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저자는 집이나 땅을 고를 때 재난 위험을 판단하는 근거로 땅 이름을 거론한다.



부산의 범내골이라는 지명은 범천이라는 개천이 흐르는 골짜기로 애초부터 지반 침하가 일어날 가능성이 큰 지역이다. 강과 바다를 매립한 부산의 서면-범내골 구간, 범일동-부산역 구간도 지반 침하의 위험이 크다고 한다. 물이 흘러내리는 골짜기 지형은 홍수나 산사태 위험이 존재하는 지역임을 인지해야 한다.



'연못'이라는 글자가 들어있는 지명은 피하라고 조언한다. 연못(池), 개천(川), 호수(湖) 등의 글자가 들어 있는 곳은 유사시에 지반 침하 위험이 크다. 이런 곳은 싼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거 목적으로 구매시 주의해야 한다. 높고 평평한 땅(台)은 지반이 안정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주거지로 최적이다.



부동산 서적들이 현재와 미래의 가치 중심으로 부동산을 평가하는데 반해, 이 책은 땅이 가진 특성, 도시의 특성 등 근본적인 원인들을 분석한다. 마치 예전에 풍수지리를 보고 땅을 고르는 마음처럼 저자의 식견을 배우면 집과 땅을 바라보는 안목이 더 넓어질 것 같다.



우리나라 부동산의 역사와 정책의 연관성, 땅의 속성을 통해 파악하는 부동산 이야기가 무척 흥미롭다. 다른 부동산 책에서는 볼 수 없는 인사이트를 많이 얻을 수 있어 좋았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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