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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한국 - 전 세계가 놀란 한국식 모순 경영의 힘
유건재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5월
평점 :

건국이래 대한민국의 위상이 이만큼 높았던 적이 있을까? 한류 전파에 많은 사람들이 기여했지만 최근 그 정점을 찍은 것은 방탄소년단이다. 방탄소년단은 과거 비틀즈의 명성을 뛰어넘을 정도라고 말할 정도다.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한류와 한국인에 대해 다루는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이 책은 특히 한국인과 한국의 발전에 관한 색다른 시선을 다룬다. 한국인의 위대함을 '모순'이라는 한 단어에 응축해서 표현한다.
모순이란 '모든 방패를 뚫는 창, 모든 창을 막아내는 방패'처럼 서로 양립하기 힘든 상황을 표현하는 말이다. 마찬가지로 한국인은 일을 완벽하면서도 빨리 해내고, 결과물은 싸면서도 질이 좋게 해야하는 특징을 가진다.
한국식 경영은 '한강의 기적'으로 대표되는 '빨리빨리 경영'이나 '패스트 팔로워 전략'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피터 드러커가 기업가 정신을 가장 잘 실천하고 있는 나라를 한국으로 꼽을 정도로 한국식 경영에는 무언가 특별함이 있다. 저자가 오랜 연구 끝에 도달한 결론은 '한국인은 매우 복잡하고 모순이 가득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일본은 오랜 시간 동안 집단주의적 성향이 경영을 지배해 왔다. 반면 미국은 개인이 집단 속에서 어떻게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가를 고민해왔다. 일본과 미국은 개인주의와 집단주의의 양극단에서 경영을 발전시켜 왔다고 볼 수 있다.
일본식 경영은 집단적 의사결정이 중심을 이루는 시스템이다. 집단의 합의가 중요하기 때문에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면 일의 진행속도가 빨라지는 장점은 있다. 이런 일본식 경영은 1980년대 세계 경영의 주류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1990년 이후 창의적인 제품을 만드는 시대가 오면서 그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미국식 경영은 개인주의에 기반한 개인의 창의성 발현에 중심을 둔다. 미국에서 유독 아이폰과 같은 새로운 제품이 많이 개발되는 이유가 바로 창의성에 있다. 에어비앤비,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 많은 혁신 기업들이 미국에서 시작한 것은 창의성의 중요성을 방증한다.
한국은 집단주의 중심의 일본식 경영과 개인주의 중심의 미국식 경영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을 취한다. 개인과 집단의 모순적 긴장 상태를 유지한 채 서로의 장점을 융합하는 방식을 도입한다.
저자가 주장하는 한국식 모순경영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집단 안에서 강한 주체성을 지닌 모순
2. 개방성과 폐쇄성이 공존하는 모순
3. 빨리빨리 속 은근과 끈기의 모순
4. 다양성을 받아 들여 융합해내는 모순
일본인은 집단을 중시하고 개인은 그 집단에 수용되는 것을 원한다. 한국인은 집단을 중시하지만 개인은 그 집단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기를 바란다. 기업 또는 공동체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개인을 희생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하지만 동시에 개인의 주체성을 버리지는 않는다. 집단에 매몰되는 개인이 아니라 개인의 영향력을 발휘하는 주체로 남는 경향이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한국은 외부에 폐쇄적인 나라였다. 한국 기업이 본격적으로 개방성을 갖추기 시작한 때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로 본다. 다양한 외국 문화를 받아들여 기존의 한국 고유특성과 융합하는데 능하다. 특히 외국 현지에서 현지화 능력은 탁월하여 수출에도 강한 면모를 보인다. 한국은 적절한 시기에 개방성과 폐쇄성을 오가면서 문화와 역사, 경제 분야에서 잘 적응해 가고 있다.
보통 일을 빠르게 처리하면 결과는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한국인은 '빨리빨리'와 '은근과 끈기'라는 모순되는 특성을 동시에 발현하는 민족이다. 시대의 변화에 맞게 빠르게 대처하고 실행하는 능력 뒤에는 은근히 기다리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한국인은 속도를 단축하면서도 미래를 바라보고 기술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다양성은 창의력과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융합과도 맥이 닿아 있다. 융합을 위해서는 다양한 속성이 섞이는 것에 익숙해야 한다. 우리 나라 기업에 외국인이 근무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이다.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어울려서 일하는 기업들이 많아지면서 그들과의 융합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다만 다양성에 포용력까지 갖춘다면 한국인이 보여줄 융합의 힘은 클 것이라 생각된다.
'모순'과 '경영'은 사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다. 저자가 한국식 경영을 '모순'이라고 표현한 것은 부정적인 의미보다 다양성과 변화적응의 위대함을 표현한 것이라 생각된다.
한국식 경영은 무조건 '빨리빨리 경영'으로만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빠른 속도와 더불어 결과의 완벽함을 기하는 것이 한국인이다. 거기에 요즘처럼 변화가 빠른 시대에 적절한 대처를 할 수 있으려면 빠른 실행이 필요하다. 아마도 한류가 세상에 영향력을 강화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아닐까?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