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뇌과학_인간의 기억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사라지는가

기억의 뇌과학 - 인간의 기억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사라지는가
리사 제노바 지음, 윤승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4월

우리의 뇌는 참 신비롭다. 뇌를 연구하는 뇌과학자들을 보면 존경심마저 든다. 뇌의 구조를 알아내는 것을 넘어서서 눈에 보이지 않는 뇌의 작용을 어떻게 알아낼 수 있을까? 항상 궁금했다. 이 책이 나의 질문에 대한 답을 줄 거라는 생각에 책을 읽게 되었다.

<기억의 뇌과학>의 저자 리사 제노바를 설명하는 문장이 뇌리에 박힌다. 과학자의 눈과 시인의 귀를 가진 신경과학자 겸 소설가. 정반대의 특징을 가진 과학자와 시인의 통찰력을 동시에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 책은 크게 3가지를 다룬다. 기억, 망각, 그리고 잠이다. 기억을 완벽하게 만드는 것은 망각이다. 그리고 우리의 뇌를 쉬게 하고 정리하도록 돕는 것은 잠이다.

기억은 학습에 반드시 필요하다. 기억은 하루 종일 일하고, 심지어 우리가 잠든 사이에도 쉬지 않고 일한다. 그러나 이렇게 완벽해 보이는 기억이 사실은 불완전하다. 컴퓨터 만큼이나 뛰어난 기억력을 가진 사람도 가족의 생일을 잊거나 해야할 일을 잊기도 한다.

우리는 오늘 경험한 일의 대부분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심지어 점심 때 무얼 먹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기억하고 있는 내용들도 대부분이 불완전하고 부정확하다. 어떤 것은 정말 잘 기억하면서도 대부분의 일들은 잊어 버린다. 즉 나에게 의미 있는 것들만 선택적으로 기억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나에게 의미가 있고, 중요한 일들도 잊어 버리는 경우도 많다. 나도 모르게 정말 중요한 일들을 잊게 되는 것은 잊는 것이 뇌에게 효율적이어서가 아니라 뇌에 기억에 필요한 정보가 제대로 입력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기억하는 것만큼 잊어버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한다. 잊어버리는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거나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고 강조한다. 효과적으로 기억하기 위해서는 적절하게 잊어야 할 때도 있다는 것이다. 기억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이해하면 망각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기억이 있기 때문에 매일 반복적인 일상생활을 문제 없이 영위할 수 있다. 그리고 기억 덕분에 모든 일을 순조롭게 처리할 수도 있다. 기억은 우리의 뇌 안에서 다른 방식으로 처리되고 저장된다. 어떤 기억은 찰나의 순간에 사라지기도 하고, 어떤 기억은 평생 남기도 한다. 어떤 기억은 쉽게 떠오르는 반면 어떤 기억은 쉽게 잊힌다.

책을 읽고 나면 제대로 기억하기 위해서 반드시 주의를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보다 효율적으로 기억하기 위해서 적절하게 잊어주는 과정도 필요하다. 그래서 기억과 망각은 항상 같이 다닌다.

망각은 정말 중요하다. 모든 것을 기억한다면 우리는 뇌의 과부하로 정신병에 걸릴지도 모른다. 우리는 뛰어난 기억력을 원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기억이 최적의 능력을 발휘하려면 모든 것을 저장하지 않고 의미 있고 유용한 정보만을 남기고 나머지는 버려야 한다. 잘 잊어버릴 수 있다면 잘 기억할 수 있다는 말이다.

잠은 새로운 기억을 강화해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반면 수면 부족은 기억력 강화를 방해한다. 밤에 자는 잠만큼이나 낮에 짧게 자는 낮잠도 기억력의 향상에 큰 도움을 준다. 이런 낮잠의 효과를 인정하는 일부 기업들은 낮잠 자는 시간을 별도로 주기도 한다.

우리의 기억력은 정말 대단하다. 많은 것을 기억하면서 많은 것을 잊어버린다. 더 의미 있고 중요한 정보를 기억하기 위해서 많은 정보를 망각한다. 항아리를 비워야 물을 채울 수 있듯이 망각은 기억을 위한 필수요소다. 망각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기억을 강화시키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 생각하고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자.

우리나라 사람들은 근면성실의 명목하에 잠을 경시해왔다. 하지만 뇌과학적 측면에서 보면 수면 부족은 최악의 결과를 가져온다. 같은 시간을 일하고도 더 위대한 업적을 이룩한 사람들은 대부분 잠을 제대로 이용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이제 잠이 기억력에 미치는 위대한 기적을 믿어보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