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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하는 마음 - 아일랜드 스타 셰프 오코넬 할아버지의 레시피 노트
로리 오코넬 지음, 박은영 옮김 / 니들북 / 2022년 2월
평점 :
절판
정말 색다른 요리책을 만났다. 보통의 요리책은 두께도 얇지만 글이 적고 그림이 많은 편이다. 이 책은 요리책이라기 보다는 요리를 즐기는 사람이 잔잔하게 적어 내려가는 요리 에세이에 가깝다. 또 특이한 것은 각각의 요리에 그림이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아일랜드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타 셰프로 미쉐린 레스토랑에서 요리 경험을 다수 쌓았다고 한다. 40년 넘게 요리를 가르치며 많은 제자를 배출했고, 많은 셰프들에게 요리에 대한 영감을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그가 소개하는 요리들은 하나같이 처음 들어본 이름들이다. 한국의 그 유명한 요리잡지에서도 본 적이 없는 독특한 것들이다. 한식처럼 진수성찬으로 거하게 차리는 상차림이 아니라 고급 호텔 레스토랑에서 볼 수 있을 정도의 작으면서도 건강함이 느껴지는 레시피를 선보인다.
들어가는 재료들은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것들이지만 그가 하는 요리들은 나의 상상력 너머에 존재한다. 그림이 없어서 많이 아쉽지만 오히려 흔히 사용되는 재료들로 상상할 수 있어서 상상으로 먹는 재미가 있다. 예를 들어 '토마토와 아몬드를 곁들인 램 섕크'처럼 말이다.
때로는 음식에 얽힌 기원에 대한 이야기, 음식과 관련된 역사, 음식과 관련된 개인적인 경험들을 잘 버무려 한 편의 요리 에세이를 탄생시킨다. 토마토는 완숙의 상태인지 아닌지, 어떤 조합을 추가해야 풍미가 가미되어 최상의 요리가 되는지 등을 상세하게 다룬다.
양파는 다져야 하는지 갈아야 하는지, 요리를 마무리 하면서 꿀과 계핏가루 같은 향료는 넣는게 좋은지 넣지 말아야 하는지, 넣는다면 얼마만큼 넣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대부분의 요리 서적에는 계량한 정량을 알려준다. 하지만 이 책은 정량보다는 느낌으로 하는 요리에 가까운 듯 하다.
요리를 하는데 요리에 집중하기보다는 요리에 들어가는 재료들에 집중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요리는 각각의 재료들의 특성을 제대로 살릴 때 가장 맛있는 맛이 난다는 철학이 아닐까? 요리마다 사용되는 재료들을 다루는 방법들이 조금씩은 다르다. 요리에서도 뉘앙스나 미묘함의 중요성을 배운다.
재료를 재료로만 대하는 것이 아니라 최상의 맛을 내는데 필요한 소중한 재료로 대하는 법도 알려준다. 음식을 먹어 치우는 행위로서가 아니라 음식에 감사하고 재료를 제공한 자연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르친다. 그래서 어떤 재료가 최상의 상태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일이 즐겁다고 한다.
저자는 최고의 요리를 위해 최고의 재료만 사용한다는 규칙을 고집한다. 많은 재료들은 최상의 상태일 때 가장 맛있다. 동시에 가장 저렴한 때이기도 하다. 특히 현지에서 재배되는 재료들을 직접 채취하는것에 큰 기쁨을 얻는다.
이 책은 아이가 사랑하는 자녀를 대하듯 저자가 요리 재료들을 얼마나 사랑으로 대하는지 알 수 있게 한다. 요리를 사랑하기 앞서 최상의 재료를 구하고, 최상의 상태에서 재료들의 풍미를 최대로 끌어올려 최고의 음식을 만드는데 기쁨을 느낀다. 요리를 정말 아이처럼 좋아하는 느낌을 받게 하는 정말 좋은 책이다.
이 책은 요리 전과정에 걸친 저자의 정성과 사랑을 느낄 수 있다. 기존의 요리방법 위주의 책을 봐온 사람이라면 특별한 감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최상의 상태에 있는 흔한 재료들을 가지고 상상도 할 수 없는 다양한 음식을 만드는 것을 보면 요리의 마술사라 말해도 부족하지 않다.
레시피대로 요리하면 맛이 어떨지 참 궁금하다. 한 달에 한 번쯤은 소소하게 만들면서 그 맛을 음미해 보고 싶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