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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나는 누구인가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 지음, 윤순식.원당희 옮김 / (주)교학도서 / 2022년 2월
평점 :

내가 아는 나는 누구인가? '내가 나를 모르는데 넌들 나를 알겠느냐'로 시작하는 유행가가 떠오르는 말이다. 제목에 철학이란 단어는 없지만 제목 자체가 철학이다. 저자는 술에 취한 친한 친구와의 대화에서 책 제목을 떠올렸다고 한다. 우리의 기막힌 생각들은 시시때때 찾아오나 보다.
내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 약간은 기이한 행동을 하는 친구가 있었다. 튀는 기행을 했다기보다는 그의 정신세계가 늘 궁금했다. 고등학생이라기보다는 좀더 차원이 다른 정신세계를 가졌다. 그는 결국 철학과를 진학했다. 내 삶에서 철학은 어렵고 차원이 다른 다른 세상의 이야기였다.
나이가 들면서 삶의 의미들을 찾고, 나 스스로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철학이라는 것을 알고 싶어졌다. 이 책은 저자가 20대 초반에 고민하던 것들을 살아가면서 체계화시킨 철학 입문서로 독일에서 이미 100만부가 넘게 팔린 베스트 셀러다.
저자는 20이 갓 넘은 나이에 그리스 아기아 아라 해변에서 만난 친구와 <플라톤: 소크라테스의 대화>라는 책에 대해 토론하는 경험을 한다. 당시 저자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불안해하던 시절이었다. 그 이후 끔직한 군복무를 마치고 올바른 삶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철학과를 진학하게 된다.
철학과를 다니면서 교수들의 이론뿐인 철학 수업에 실망을 하게 되고 철학서는 전공자들만 본다는 것을 알게 된다. 왜 일반인들은 철학에 대한 관심이 없을까라는 고민에 철학입문서를 집필하기로 하고 만든 책이다.
저자는 칸트를 좋아하는 것 같다. 칸트가 인류가 당면한 질문을 4가지로 분류한 것 중 3가지를 이 책의 소주제로 잡았기 때문이다. '인간이 자기 자신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철학자들이 가장 많이 다루었던 주제다. 유명한 에른스트 마흐, 프리드리히 니체, 산티아고 라몬 이 카할, 지그문트 프로이트 등은 이 분야에 많은 업적을 남겼다. 이 질문은 결국 오늘날 뇌과학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에서는 윤리와 도덕의 문제를 다룬다. 앞 장이 인간의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라면 두 번째는 인간이 살아가면서 부딪치는 사회문제들에 대한 고민이 아닐까? 특히 과학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더 고민하게 되는 주제다. 인간은 왜 도덕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가? 인간의 본성은 선하거나 악할 수 있는가? 이런 주제들은 뇌 연구, 심리학, 행동 생물학 등과 결합되어 많은 논쟁을 가져온다.
마지막으로 '내가 희망해도 좋은 일은 무엇인가?'를 통해 인간이 살아가면서 갈구하는 행복, 자유, 사랑, 신 그리고 삶의 의미에 대해 다룬다. 정해진 답은 없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고민하고 성찰해야 하는 주제다.
저자는 이 책의 주제들을 통해 정확한 정답을 제시하려고 하지 않는다. 다만 주제에 대해 저자의 생각을 드러내고 독자가 그 질문에 같이 물음을 던지는 것을 유도한다.
물음을 던지는 것은 절대 잊으면 안 되는 우리의 소중한 능력이다. 충족된 삶의 비밀은 배우고 즐기는 데 있다. 배우기만 하고 즐길 줄 모르는 삶은 슬퍼지고, 즐기기만 하고 배울 줄 모르는 삶은 어리석어지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배웠던 주제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고민했던 주제들, 사회생활을 하면서 해결하지 못했던 주제들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가득 담겨 있다. 34가지 질문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각 주제를 읽어본다면 생각지도 못한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에 유명한 철학자들을 만나볼 수 있는 것은 덤이다.
철학은 아직 내게 어려운 주제다. 하지만 동물과 달리 생각하는 능력이 있는 인간에게는 필수 학문이라 생각한다. 이 책은 마치 백과사전처럼 필요할 때마다 꺼내서 볼 수 있다. 내가 처하는 상황마다 참고할 수 있는 지침서로 쓰면 좋을 것 같다. 이 책을 계기로 다른 철학서에도 관심을 가져볼 생각이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