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으로 읽는 세계사 - 세계사 중심을 관통하는 13가지 질문과 통찰력 있는 답변
다마키 도시아키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는 역사서와 지리서를 좋아한다. 역사와 지리에 통달한 것은 아니지만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새로운 시각으로 새로운 형태의 책을 출판하면 가급적 읽어보려고 하는 편이다. 이 책이 나에게 딱 그렇다. 우리가 흔히 아는 역사의 뒷편에 숨겨져 있는 진실을 알게 될 것이다.



저자는 세계사 중에서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정복전쟁, 바이킹의 신대륙 발견, 포르투갈의 신항로 개척, 전국시대의 오다 노부나가의 성장, 유럽 프로테스탄트의 진실,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이야기, 파스칼과 페르마 이야기, 영국의 남해 버블사건, 영국의 면산업 성공전략, 중립국의 전쟁전략, 증기선의 뜻밖의 효용, 영국 산업혁명의 실체, 향후 헤게모니의 향방 등에 대해 다룬다.



드넓은 영토를 정복한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그는 동방원정을 통해 동서 문화를 융합한 헬레니즘 문화를 탄생시켰다. 하지만 우수한 그리스 문명이 오리엔트와 인더스 문명에 영향을 미쳤다는 견해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당시 오리엔트의 경제와 문명 발전 수준이 그리스보다 높았다. 따라서 당시 그리스에는 광대한 영토를 다스리는 데 필요한 체제와 지식 등이 부족했다. 저자는 알렉산드로스가 일찍 죽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의 제국 통치에 문제가 발생했을 것으로 본다.



역사는 1등만 기억한다. 아메리카 대륙 발견에도 이 말은 적용된다. 역사적으로 가장 활발하고 광대하게 해상활동을 한 사람들은 바이킹으로 불리는 노르만인이다. 유럽과 이슬람 세계를 연결하는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 것도 바이킹이었다. 그들이 아메리카를 발견하고도 최초 발견자로 기억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은 영토를 차지하고 다스리고 경영하는 일보다 상거래를 통한 이익이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대륙에 정착하지 못한 바이킹은 역사에서 잊혀진 것이다.



페르마는 위대한 수학자다. 그가 남긴 많은 위대한 업적 중에서 세계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이 바로 '확률론'이다. 저자는 확률론이 아니었다면 오늘날과 같은 번영을 누릴 수 없었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페르마와 파스칼은 도박에 관한 편지를 주고 받으면서 확률론의 토대를 만들었다. 두 천재의 연구가 당시 해운업에 영향을 미쳤다. 확률론은 보험을 탄생시켰고, 보험이 없었다면 해운업은 거대한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 부자들의 전유물로 남았을 것이다. 당연히 오늘날과 같은 해운업의 눈부신 발전은 기대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알려진 역사의 이면에 숨겨져 있는 스토리를 읽으면서 역사의 이해도가 많이 좋아졌다. 기존의 세계사에는 이미 알려진 정제된 내용을 역사의 순서대로 서술하기 마련이다. 이 책에 쓰여진 역사 이야기는 마치 소설과 같이 술술 읽힌다. 그리고 저자가 바라보는 역사에 대한 시선이 나와 완전히 결을 같이 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은 수긍이 간다.



2000년대 이후 대한민국의 현대사는 허구의 영화를 보는 것보다 재미있다고 한다. 뉴스를 통해 보도되는 내용들 이면에는 항상 놀라운 이야기들이 있다. 이제 사람들은 알려진 사실보다 그 이면에 숨겨져 있는 사실에 더 열광한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음모이론에 열광하는 이유가 아닐까?



문득 책을 덮고 나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보다 더 넓은 영토를 정복한 징기즈칸이 오래도록 살았다면 전세계를 통일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한 때 어마어마한 번영을 누렸던 바빌론 왕국이 망하지 않고 계속 번성하였다면, 오늘날 기술은 훨씬 더 발전해 있을까?



세계사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책이다. 그리고 인문학을 통한 인사이트를 받게 해주는 책이다. 역사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다. 역사서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새로운 분야를 통한 통찰력을 얻고자 하면 읽어보길 권한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