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을 넘는 한국인 선을 긋는 일본인 - 심리학의 눈으로 보는 두 나라 이야기
한민 지음 / 부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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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 김구 선생은 1947년 <내가 원하는 나라>에서 한국이 문화강국이 되기를 소망했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의 나라를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 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 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지금 인류에게 부족한 것은 무력도 아니오, 경제력도 아니다. 자연과학의 힘은 아무리 많아도 좋으나, 인류 전체로 보면 현재의 자연과학만 가지고도 편안히 살아가기에 넉넉하다.



인류가 현재에 불행한 이유는 인의(仁義)가 부족하고, 자비가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한 때문이다. 이 마음만 발달 되면 현재의 물질력으로 20억이 다 편안히 갈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인류의 이 정신을 배양하는 것은 오직 문화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은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서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한다.” (백범 김구; 「내가 원하는 나라」, 1947)



팬데믹 이후 한국의 위상을 보면 백범 선생의 선구안에 놀랄 뿐이다. 특히 한국보다 먼저 전세계에 위상을 떨치던 일본을 제치고 한국의 급부상한 것의 중심에는 문화가 있다. 저자는 이런 문화의 관점에서 한국와 일본의 차이를 분석했다. 더불어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한 대안도 제시한다.



우리나라는 경제력, 군사력, 스포츠 면에서 세계의 수위권에 있었다. 하지만 문화의 영향력 측면에서 미국과 일본에 한참 뒤처져 있었다. 팬데믹 상황에 전 세계를 사로잡은 키워드는 단연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넷플릭스의 모든 기록을 갈아치운 <오징어 게임>, 아시아인 최초로 빌보드 1위를 차지한 <BTS> 그리고 전세계에 한국의 선진 의료기술을 널리 알린 <K-방역>이다. 2020년 이후 한국의 문화가 세계에 맹위를 떨치고 있다.



어렸을 때 <마징가Z>를 정말 재미있게 보았다. 그리고 당연하게 마징가Z는 한국 만화라고 알고 있었다. 후에 일본만화라는 것을 알고 한 동안 충격에 빠졌던 기억이 있다. 이 사실을 알고 나면서 부터는 <태권브이>만 보았던 기억이 난다. 그 시절에는 한국의 모든 문화콘텐츠가 일본의 그것에 한참 뒤져 있었다.



저자는 책 제목을 통해서 한국과 일본의 문화 차이를 드러낸다. <선을 넘는 한국인, 선을 긋는 일본인>에서 알 수 있듯이 저자가 바라보는 시선은 한국인은 영향을 미치는 것을 좋아하고 일본인은 경계를 명확히 구분하는 것을 좋아한다. 저자는 이 특성을 한국인은 종(鐘), 일본인은 칼(刀)로 표현했다.



이 책에는 평상시에 당연하다고 여기던 문화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내용들이 많다. 외국에는 없어서 한국어 자체가 영어가 된 사례를 보면 먹방, 화 등은 그런 산물이다.



일본은 성진국으로 불릴 정도로 성에 관한 다양하고 특이한 문화가 많다. 이는 혼욕, 근친혼, 청년들이 처녀를 찾아가 성관계를 맺는 요바이, 손님이 오면 아내를 빌려주는 풍습 등과 같은 역사적인 배경에 기인한다고 본다. 거기에 다양한 경제 사회적 환경으로 인해 성문화가 다양하게 반영된 것으로 보는데 일리가 있다. 가장 은밀하고 최고 수준의 사회적 교류인 성을 통해 인간의 근본적인 욕구인 교류와 엿보기를 설명한다. 한국도 일본과 비슷한 사회현상의 대두로 <나 혼자 산다>의 흥행을 이야기한다. 경제적 문제와 같은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대두되는 보편적인 문화 현상으로 본다.



한국은 사회적 관계에서 무엇보다도 밥을 우선시한다. 그래서 인사말에 "식사 하셨어요?", "우리 언제 밥 한번 먹자."라고 한다. 먹방이 한국에서 유행하는 현상은 이런 한국의 문화에 기반한다고 본다. 한국인의 관계 욕구가 가장 잘 드러난 문화현상으로 먹방을 꼽는 이유다.



일본의 성인문화와 한국의 먹방문화를 일종의 성적욕구의 발현으로 본 시각이 흥미롭다. 그리고 일본의 성인문화가 일방적인 성행위 장면을 보여준다면, 한국의 먹방은 시청자와 쌍방향 소통을 하는 차이점이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일본은 선을 명확히 긋고 한국은 선을 넘나든다.



한국인과 일본인이 보편적인 욕구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두 나라의 문화적인 차이에 기반하여 설명하는 사례들이 많이 나온다. 여성의 성향, 게임의 방식, 노래를 감상하는 방식, 반일과 혐한의 이유 등 저자의 학문적 깊이와 통찰에 경의를 표하게 된다.



특히 한국과 일본의 대인관계 차이를 탈의 모양으로 이야기하는 부분은 특히 흥미로웠다. 깍듯하고 예의 바르지만 다소 조용하고 소극적인 일본인은 표정 없는 탈의 모양으로 나타난다. 반면 적극적이고 감정 표현이 많은 한국인은 표정이 크고 과장된 탈로 나타난다. 평소 생각 없이 바라보던 현상들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생기게 되었다.



또한 스모와 씨름을 통한 문화적 차이 분석도 재미 있다. 상대방을 경기장 밖으로 밀어내야 승리하는 스모는 일본인의 선을 긋는 문화를 완벽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스모는 단판에 승패가 결정되지만 씨름은 삼판 양승으로 결정된다. 저자는 한국인은 자존심 강하고 지기 싫어하기 때문에 한 번의 승부로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한다. 반면 칼의 문화로 대변되는 일본은 한 번의 승브로 생사가 갈리는 칼처럼 단판에 패배를 받아들인다고 한다.



저자는 일본인과 한국인의 문화적 차이에 대한 마무리를 칼과 종으로 한다. 칼은 왜소하고 힘이 약한 사람도 강하게 만들어 주는 특성이 있다. 반면 한국은 전통적으로 문을 우대하고 무를 낮게 보았다. 문관들이 정치를 지배하고 부드러운 붓으로 칼보다 더한 피바람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붓이 연필로, 그리고 볼펜으로 바뀌고, 지금은 키보드로 바뀌어서 전세계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본다.



칼에 비해 종은 세상 만물을 아우르는 속성이 있다. 더불어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특성이 있다. 오늘날의 인플루언서와 같은 맥락으로 본다. 한국인은 스스로를 타인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주체적인 존재로 규정한다. 홍익인간의 이념처럼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는 문화가 한국인의 상징으로 본다.



저자의 생각이 전부 옳지는 않겠지만 정말 많은 자료와 사례들을 통해 생각이 많이 유연해졌다. 저자가 자신했던 것처럼 많지 않은 한국인에 대한 분석자료들 중에 추천할만하다. 팬데믹 상황에 전세계를 종횡무진하는 한류는 종(鐘)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미치고 싶어하는 한국의 문화적 특성으로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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