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멜로 다이어리
JJ 지음 / 메이킹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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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이별에 대한 풋풋한 감정으로 시를 읽던 청년은 어느새 두 아들의 아빠가 되었다. 요즘 아들들과 반강제적(?)으로 명시낭독을 시작했었다. 우리가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명작들을 외우는 일을 반복했는데, 아이들은 이내 관심을 놓아 버린다.



명시라고 하니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외우게 하고 싶으나 어디까지나 아빠의 욕심인가보다. 외워놓기만 하면 어찌되었든 무조건 도움이 될 건데... 아빠의 마음 같지 않게 아이들은 관심이 별로 없는 듯 하다.



우연한 기회에 교과서 시가 아닌, 우리가 명시라고 하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게 하는 시가 아닌, 정말 사랑과 이별에 관한 아주 솔직한 시를 접하게 되었다. 작가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지만 시를 읽고 나서 작가에 대해서도 관심이 생겼다.


시집은 전편인 <마시멜로>의 두번째 이야기로 <마시멜로 다이어리>를 쓴 듯 하다. 시집은 사랑과 이별에 대한 너무나도 솔직하고 평범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담아낸다. 때로는 지독하게 외롭고 괴로운 심정으로, 때로는 별거 아니라는 말투로 툭툭 뱉어낸다. 아직 나와 같은 나이로 보이지는 않아 보이는데도 연륜이 묻어난다.



40대 중반인 나는 아직 내 이름을 건 책도, 시집도 내지 못했건만 저자는 시집을 벌써 2권이나 낸 내공의 소유자다. 둘다 사랑과 이별에 관한 이야기지만 느낌이 많이 다르다. 그 동안 읽어왔던 시나 소설은 너무나 현실성이 떨어진게 사실이다.



마시멜로 다이어리에는 진짜 내가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는 듯한 감성적 공감을 하게 된다. 예전을 돌아보면 사랑을 할 때는 그것이 사랑인지도 몰랐고, 이별을 했을 때는 정말 이별이라는 것을 실감하지 못했다. 작가는 이런 이별을 했음에도 놓아버릴 수 없는, 사랑하는 사람을 미워해야 함에도 미워하지 못하고 기다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스스로 나무라다가도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한다.



세상의 가장 평범한 사람들이 겪는 아주 자연스러운 감정을 잘 표현한 듯 하다. 특별히 마음에 와 닿은 시를 2개만 인용하고자 한다.



리시안셔스 : 변치 않는 사랑


그대 마음이

다른 곳을 향했다면

그래서 그대 마음 안에

다른 자리를 만들고

싶어졌다면

참지 말고 다녀와요


그대가 아프면

나도 아파요


야리한 꽃잎이

파이해질 때까지

내 마음은 떨구지 않고

언제까지고 기다릴게요

다녀와요



작가의 마음이 아름답다. 감성이 빛난다. 떠나간 사랑하는 이를 그리워하고, 또한 그를 미워하지 않고, 그를 위한 공간을 늘 비워둔다. 그는 떠난 것이 아니라 잠시 다니러 간 것일뿐이기에...



어찌보면 집착일 수도 있지만 아름다운 집착이다. 사람은 참다보면 병이 나게 마련이다. 사랑을 할 때도 다른 사람을 보고 싶어질 때는 다녀오라는 작가는 이별에 대한 아픔을 이제는 많이 이겨낸 듯 하다. 시간을 이겨내고 이별을 이겨내 성숙한 작가가 되길 응원한다.




함부로 잊으라 하지 마


돌처럼만 살 거야

두 배로 아프라고 내 심장은

네게 던져버렸으니

아무렇게나 살 거야


들꽃처럼도 싫어

수줍은 기다림 같아서

바람처럼도 싫어

날 선 외로움도 같아서


그러니까

남은 내게 그렇게 함부로

잊으라 하지 마



시집을 통틀어 내가 가장 좋아하고 공감하는 부분이다. 어찌보면 투정이고 어찌보면 달관같은 느낌을 주는 시다. 정말 좋은 시가 많이 있지만 이 시만큼 내 마음을 울리는 시도 없다.



기다림도 외로움도 어떤 감정도 강요받고 싶지 않고, 스스로 느끼는 대로, 스스로 원하는 대로 살아가겠다는 용기. 떠나간 그 사람을 생각할 때마다 그 때의 감정에 사로잡혀 힘들어하기 보다는 스스로가 선택한 감정에 따라 스스로의 길을 가겠다고 결심한 작가가 아름다워 보인다.



간만에 경쟁 사회에 자기 계발서만 읽던 내가 잠시 일시정지 버튼을 눌렀다. 좋은 시집 한 권을 꺼내들고 읽어내려 마음이 편하다. 작가의 심정이 되어 보기도 하고, 내 과거를 떠올려 보기도 하고.



시를 읽는 마음이 이런 마음이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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