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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괜찮은 부모입니다 - 아흔을 앞둔 노학자가 미처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
이근후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11월
평점 :

지금까지 책을 읽으면서 참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 책은 많았다. 그러나 나에게 명저라고 느낌을 줄만한 책을 찾지 못했다. 내 기준에서 명저는 나의 현재 상황에 맞는 해결책을 제시해 주고, 책 전체를 줄 치고 싶을만큼 공감을 할 수 있는 책이다. 내가 읽은 이근후 박사님의 <당신은 괜찮은 부모입니다>가 바로 나에게는 그런 책이다.
올해 책을 읽으면서 페이지 페이지마다 줄을 꼼꼼히 친 책은 이 책이 유일하다. 원래 책을 깨끗하게 보는 편인데도 이 책은 여기저기에 줄을 치고, 그래도 꼭 봐야 하겠다는 페이지는 과감하게 반을 뚝 접어버렸다. 정말 심금을 울리다 못해 가슴에 아리게 박히는 조언들이 책을 가득 담고도 넘쳐 흐른다. 다른 거는 몰라도 아들이든 딸이든 성별에 상관없이 제 3의 인격을 가진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라면 꼭 일독해야 아니 꼭 10독은 해야 하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제 사춘기에 접어드는 아들이 있다보니 다른 부모들의 자녀 사춘기 일대기를 들을 때면 가슴이 답답하곤 했다. 물론 이 책을 선택하면서 이런 나의 고민에 위로를 받으리라고는 차마 생각지도 못했다.
저자는 2남 2녀의 자녀를 키우면서, 그리고 정신과 전문의로 접했던 많은 사례들을 정말 쉽게 풀어낸다. 특히 성인이 되서 장성한 손주들을 거느린 자녀 부부들과 같은 건물의 위 아래층에서 모여 사는 모습은 4형제의 어린시절을 보낸 나에게는 로망과 같다. 내가 꿈꾸는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출산률이 저조하고 자녀 양육이 힘든 이유를 아주 개인적인 의견으로 감히 말하자면, 대가족 제도의 붕괴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저자가 책에 쓴 것처럼 집 안에 조부모, 부모님의 형제들, 부모, 사촌들이 함께 살고 있다면 자녀 육아가 정말 쉬워질 것이다. 자녀 1명을 키우려면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고 했던가? 마을까지는 아니어도 3세대가 함께 사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너무 좋아서 줄을 치다 못해 과감하게 접어버린 몇 페이지를 소개할까 한다. 너무나 많지만 몇 개만 소개하고 싶다.
"자녀의 자존감을 세워줘야 하는 상황에서는 알고도 모른 척 해야 합니다. 특히 사춘기 아이들에게는 적당한 무관심이 내면을 성숙하게 만드는 데 더 도움이 됩니다."
사사건건 아이에게 잔소리하고, 바른 길로 가는 모든 길을 닦아주겠다는 마음으로 세세하게 가르쳐 주는 것이 정답이 아니었음을 뼈저리게 느끼게하는 말이다. 적당한 무관심도 필요한 시점이다.
"엄격함도 좋은 아버지의 필요조건입니다. 엄격함을 체벌과 연결지어 생각하기 쉬운데 이는 잘못입니다. 여기에서 엄격함이란, 아이의 잘못된 행동과 습관, 가치관을 제어하기 위한 단호함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 세 가지를 더한 '부드럽고 단호한 아버지(Warm & Firm)'가 현대 사회에 필요한 가장 이상적인 아버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부드럽고 강함이 아니라 단호함이다. 아무리 친구같은 아버지가 좋다고 하더라도 자녀를 위해서는 강함이 아니라 단호함으로 대해야 할 때도 있어야 한다. 나에게는 너무나도 강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살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아무래도 사내아이 둘을 키우는 것, 부모로서 역할을 해내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것이 없는 것 같다. 자녀들을 잘 키워서 결혼시킨 부모님들이 대단하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아이들에게는 결핍조차 성장의 거름으로 쓰는 긍정의 씨앗이 숨어 있습니다. ... 자녀에게 최선을 다하되, 부모나 아버지로서 너무 완벽해지려고 애쓰지 말라는 듯에서 입니다."
항상 아이들에게 무언가 못해준 거 같아서 더해 주고 싶고, 남들이 사주는 것은 다 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렇다고 현실적으로 모든 것을 다 가지게 해 줄 수는 없는 노릇이라 속으로 많이 미안해했던 적이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그러지 않으려고 한다. 따지고 보면 부자들의 자녀들이 항상 잘 되는 법은 없지 않은가? 책에 나온 오바마처럼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어도 훌륭하게 큰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풍족함이 답이 아니라는 말이다. 풍족하면 좋겠지만 때로는 결핍이 자녀를 성장에 좋은 법이다.
"자아 공부를 바르게 한 부모는 아이의 말과 행동에 좀 더 주의를 기울이며, 포용력을 가지고 아이를 기다려줍니다. 내 아이만의 타고난 기질을 관찰하고, 이 기질이 긍정적으로 발현되도록 이끌어주는 양육법에 대해 고민할 것입니다."
자녀의 문제(?)를 상담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참 많다. 시작은 부모가 자녀의 행동에 문제가 있다고 상담을 신청한다. 그러나 아이보다 부모에게 문제가 있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아이를 양육하는 데는 무엇보다 부모의 자아 공부가 잘 되어 있어야 함을 절실히 느낀다.
특히 요즘의 내 행동을 보면, 내 아이들의 기질을 알고 있으면서도 내 기준에 맞게 아이들을 이끌어 가려고 한 경우가 많았다. 아이의 기질을 존중하고, 그 아이의 기질이 더 긍정적으로 발현될 수 있도록 해주지 못했다. 정말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든다. 이 시점에서 무엇보다 스스로에 대한 자아공부가 필요하다고 느낀다.
빠르게 1독을 하고, 또 2독을 하고, 마음에 새겨질 때까지 책을 여러 번 읽어야할 정도로 사춘기를 앞둔 자녀을 위한 사춘기 비법서다. 자녀와 건강하게 밀당을 하고, 사회성을 길러줄 수 있는 자녀 해법서다. 읽다보면 공감하는 부분이 정말 많을 것이다.
이 글을 마무리하고 자아공부를 더 하러 가야겠다.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지금 바로 이근후 작가님의 <당신은 괜찮은 부모입니다>를 꼭 읽어보시길 권한다. 그러면 정말 당신은 괜찮은 부모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