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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킴
황은덕 지음 / 산지니 / 2017년 12월
평점 :
제목과 책 소개를 통해서 본 <우리들, 킴>의 첫 느낌은 우리 사회가 수용하지 못해서 해외로 입양된 이들의 아픔이 담겨 있겠구나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책이 담고 있는 이야기들은 슬픈 현실의 아픔보다는 그런 슬픔을 만들게 된 여성들의 더 큰 아픔이 담겨있었다. 요즘 텔레비전 광고에서 여자일 때는 울지 않았는데 엄마가 되고 나니 울게 되었다는 카피를 보았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엄마들 역시 엄마라서 더 슬프고 더 아픈 삶을 살았고 또 살아간다. 엄마라는 단어만큼 커다란 울림을 주는 단어가 있을까? 세상의 모든 아들과 딸들이 그냥 생각만 해도 눈시울을 적시게 하는 단어가 ‘엄마’인듯하다. 그런 엄마들의 이야기가 입양이라는 아픔과 함께 너무나 슬프게 그려진 책이다.
단편들의 시작은 ‘입양은 기쁨입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엄마들>이 맡고 있다. 입양 단체에서 운영되는 입양을 준비하는 엄마들과 아기들을 위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볼 수 있는 이야기로 개인적으로는 입양 절차에 대해 처음으로 알게 해준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아마도 입양의 처음을 보여주어 아픔의 시작을 알려주려 한 것 같다. 그리고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해외 입양아들이 친부모를 찾고 그로 인해 밝혀지는 진실들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담담하게 이어지던 입양의 슬픔과 아픔을 안고 사는 엄마들의 이야기는 조금씩 ‘여자’들의 이야기로 바뀐다. <열한 번째 아이>에 등장하는 손자의 아이를 키워야 하는 할머니와 결국 아기를 두고 떠나는 어린 엄마를 시작으로 입양으로 아픈 엄마들의 이야기는 사회에서 힘없는 여성으로 살아가는 어려움을 <불안은 영혼을> <환대>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더 나쁜 경우가 될 수도 있었던“이라는 말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을 무겁게 했던 책이다.
산지니출판사에서 책을 보내주시며 함께 보내주신 쪽지에 “요즘 읽기에 좋은 소설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라는 말을 책을 읽기 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입양하고 요즘하고 무슨 관계가 있을까? 봄에 입양이 많나? 하는 의아함을 안고 책을 읽었다. 그런데 이 소설집 속에는 입양이라는 슬픔과 아픔만이 있는 게 아니라 여성이라서 더 아프고 슬퍼야 하는 요즘이 담겨있었다. 그제야 메모의 뜻을 알 수 있었다. #미투 운동으로 세상에 나오게 된 아프고 슬픈 진실들의 중심에 서있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기에 요즘 읽기에 좋은 책이라 표현하신 듯하다.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최소한의 인간의 존엄성마저 저버린 동물보다 못한 행동을 일삼은 이들의 피해자가 약한 여성들이라는 점이 안타깝다. 성별을 떠나서 인간의 존엄성은 꼭 지켜져야 하고 인류가 존재하는 이유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소설집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인간에 대한 사랑이 바로 인간의 존엄성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에 대한 사랑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고 그런 사랑을 여러분의 가슴에도 심어보시길 권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