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와 공작새
주드 데브루 지음, 심연희 옮김 / 북폴리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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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의 고전 로맨스 <오만과 편견>을 유명한 로맨스 소설 작가 주드 데브루가 현대적인 감성으로 <파이와 공작새>라는 제목으로 재탄생 시켰다. 북폴리오에서 나온 흥미로운 제목을 가진 책의 바탕은 명작 '오만과 편견'이다. 이 책 속에는 참 많은 '파이'들이 등장하고 그 파이는 두 주인공 오만한 테이트와 편견에 빠진 케이시를 연결해 주는 역할을 담당한 듯하다. 그렇다면 '공작새'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이 이야기를 통해서 '공작새'에 대해 새로운 것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이쁜 공작새의 활약을 확인할 때쯤이면 아마도 이야기의 매력에 사로잡혀서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될 것이다.


독특한 제목만큼이나 색다른 모습을 띠는 재미난 관계들이 등장한다. 21세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니 '정자은행'을 통해서 엄마는 다르지만 아빠가 같은 자매들의 등장을 볼 수 있다. 특히 자매들이 가진 재능이 다 다른데 정자를 제공한 '젊은 아빠'가 다양한 경험을 한 까닭인 듯하다. 로맨스 소설답게 사랑에 빠진 커플들이 여럿 등장한다. 물론 이야기를 끌고 가는 주인공 커플의 사랑이 주가 되지만 개인적으로는 원작에서와는 달리 비중이 늘어난 베넷 부인의 사랑이 애틋하게 다가왔다. 젊어서 이루지 못한 사랑을 위해 그녀를 위한 무대를 마련하는 커트와의 사랑이 이루어지길 바라며 책장을 넘기는 재미는 원작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즐거움이었다.


원작의 많은 등장 캐릭터들이 21세기를 맞아 변화를 가져왔지만 전혀 변화할 줄 모르는 캐릭터가 있다. 정말 한결같은 찌질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위캄은 '오만과 편견'을 읽었을 때에나 <파이와 공작새>를 읽었을 때에나 제발 그만 등장하기를 바라게 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데블린[위캄]이 없었다면 이야기의 흐름은 너무나 잔잔해서 책을 보는 동안 강한 수면 욕구를 느끼게 됐을지도 모르겠다. 데블린이 돈을 위해 수많은 거짓을 만들어 내는 것을 보면서 요즘 우리들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씁쓸하기만 했다. 돈보다는 명예와 도덕이 존중받는 사회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른 듯 비슷한 이야기 속에서 원작보다는 훨씬 밝고 유쾌해진 이야기의 흐름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주인공 테이트의 오만함이 어디에서 보이는지 알 수 없었다. 톱스타가 테이트 정도면 '오만'하다는 말은 듣지 않을 듯하다. 하지만 케이시는 편견을 여기저기서 자주 보여준다. 어찌나 잘 보여주는지 '공작새'만큼이나 즐거움을 준다. 그리고 보니 이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이 다양하고 흥미로운 사랑 이야기를 말하고 있어서 더욱 유쾌하고 재미나게 결말과 마주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화사한 봄날이 얼마 남지 않은 요즘 꽃놀이 오가는 길에 함하면 정말 좋을 이야기책을 만나 보았다. 진정한 사랑을 꿈꾸는 이들이 있다면 이 책 속에 담긴 짜릿짜릿한 '정전기'를 만나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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