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큐정전 - 루쉰의 소설 마리 아카데미 2
루쉰 지음, 조관희 옮김 / 마리북스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P.62. 생각해보니 희망이란 것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이것은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그게 곧 길이 되는 것이다.


중국 작가의 소설 작품은 그리 많이 접해보지 못했었는데 마오쩌둥이 중국의 만리장성과도 바꾸지 않겠다고 했다는 루쉰의 작품들을 만나보았다. 중국 현대 문학의 창시자로 여겨지는 루쉰은 중국 공산당의 국민적 영웅으로 찬양받고 있으며 마오쩌둥을 위해 사상적 기반을 마련한 인물이라고 한다. 작가 루쉰에 대해서 알면 알수록 작가인지 사상가인지 모호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아마도 중국의 역사를 자세히 알지 못해서 더욱 그런 느낌에 빠져든 듯하다. 하지만 이 책 속에 소개된 작품들을 접하고 옮긴이 조관희 교수의 설명을 읽으면서 작가 루쉰이 어떻게 왜 중국인들의 사랑을 온몸으로 받게 되었는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게 되었다.


<루쉰의 소설 아큐정전>은 루쉰이 남긴 세 권의 작품집에 수록된 33편의 작품들 중에서 10편을 소개하고 있다. 첫 번째 작품집 '외침' 중에서는 자서, 쿵이지, 고향, 아큐정전 그리고 중국 현대 소설사에서 최초의 현대 소설이라고 평가받고 있는 광인일기를 소개하고 있고, 두 번째 작품집 '방황'에서는 복을 비는 제사, 술집에서를 뽑아 실었다. 세 번째 작품집 '새로 엮은 옛이야기'에서는 자서, 하늘을 땜질하다, 주검을 보여주고 있다. 문학적 소양이 미천해서 되도록이면 함축적인 내용과 의미를 담는 단편 소설들을 피하려고 하는데 중국을 대표하는 작가 루쉰은 아큐정전을 제외하고는 모든 작품들이 단편이라고 한다. 그러니 이 책에 소개된 작품들도 중편인 아큐정전을 제외하고는 짧은 이야기들이다. 함축적인 의미를 담고 있어서 난해하지만 시대를 걱정하고 나라를 생각하는 작가의 깊은 고뇌만은 느낄 수 있었다.


사상이라는 허울 속에서 벌어진 이념의 갈등으로 인해 망가져버린 한 사람의 삶을 이야기한 아큐정전은 루쉰이 왜 중국을 대표하는 작가인지 알 수 있게 해주는 명작이다. 그리고 식인이라는 너무나 독특한 소재로 무지의 늪에 빠져있던 당대 중국의 국민들을 일깨우려 한 광인일기는 오해와 무지가 만들어내는 많은 폐해를 안고 사는 지금 우리들에게도 깊은 깨달음을 주는 듯하다. 그리고 중국의 신화와 설화가 바탕이 되었다는 하늘을 땜질하다주검은 마치 판타지 소설을 읽는 듯해서 앞선 두 작품집에서 소개된 작품들과는 다른 새로운 느낌을 갖게 해 준다. 물론 중국의 고어와 신화 등의 이야기들을 알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어려운 어휘나 표현을 각주로 친절하게 설명해준 옮긴이의 노력이 없었다면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작품을 접하는데 어려움을 해소해준 각주도 매력적이었지만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책의 마무리를 담당한 '옮긴이의 말'인 것 같다. 중국 소설의 흐름을 루쉰의 작품과 함께 쉽고 흥미롭게 접할 수 있게 해주고 있어서 정말 좋았다. 중국을 대표하는 작가 루쉰의 작품들과 중국의 문학사의 흐름도 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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