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꽃 떨어질 때 - 2014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 도서
정형남 지음 / 산지니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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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아프고 힘들었던 험난한 일제시대를 잘 견뎌낸 한 가장이 이념의 극한 대립으로 인해 어떻게 운명 속으로 사라지는지 보여주고 있다. 일본군보다 더 잔인하게 변한 양쪽의 이념을 모두 부정하고 아내와 딸을 위해 가정을 위해 살아가던 조영 앞에 어느 날 밤 산에서 친구 삼수가 찾아오면서 이야기는 절정으로 달려가게 된다. 가정을 생각하며 양쪽 어느 이데올로기에도 편향되지 않았던 조영은 왜 친구 삼수를 따라 산으로 가게 되는 걸까? 꼭 가야만 했을까?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의 삶과 한 나라의 국민으로서의 삶은 비교해도 될 것 같다. 어느 쪽에 더 경중을 줄지는 각 개인의 선택이겠지만. 여하튼 생각이 다르다고 피 흘리며 싸우는 이데올로기 싸움의 중심으로 향하는 조영은 어떻게 될까? 여러 갈래 길 중 어느 길을 가게 될까? 한 남자 조영의 이야기라기보다는 커다란 역사의 소용돌이에 내던져진 한 가정 구성원들의 가슴 먹먹해지는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소설이다.


P.214. 허허, 그렇게 되얏소. 시상을 살다 본께로 갈래 길이 여럿이오.


어린 소녀는 아빠와 함께 만들던 감꽃 목걸이를 어느 때인가부터 혼자 만들기 시작했고 감꽃과 함께 떠났던 아버지를 그리며 감나무 집을 지키고 있다. 아버지의 부재와 어머니의 죽음을 가슴에 안고 살고 있는 '나'가 감나무 집에서 '나'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삶을 돌아보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아버지의 부재를 끝까지 부정하고 언젠가는 돌아올 것이라 믿으며 매년 감꽃 목걸이를 만들던 어린 딸은 어느덧 시집을 가게 되고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이유로 다시 감나무집으로 돌아온다. 평생을 기다린 남편 조영은 돌아오지 않고 시집갔던 딸이 돌아온 감나무집 주인은 소도댁이다. 운명의 소용돌이의 중심에서 당당히 맞선 단 한 사람. 남편 조영이 일본군에 맞서 의병활동을 한다고 산속으로 숨어들었을 때도 일본군의 고문 속에서도 가정을 지킨 건 아내 소도댁이었다. 그리고 이데올로기의 극한 대립으로 망가진 세상에서 또다시 우유부단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조영이 선택한 길로 인해 평생을 잘못된 운명 속에서 딸을 지키려 한 사람도 소도댁이었다. 그러니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아니 우리 역사의 주인공은 대의를 따라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는 남편 조영이 아니라 끝까지 어린 생명과 가정을 지킨 부인 소도댁인듯하다.


우리들의 슬프고 가슴 아픈 역사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지만 남도 특유의 정감 있는 사투리가 이야기를 따뜻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또한 서로를 배려하는 민초들의 끈끈한 정이 있어서 이야기를 더욱 따뜻하게 만드는 듯하다. 그런 따뜻함과 비교되어 그리운 아버지의 부재가 주는 슬픔은 더욱 크게 느껴진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가정을 지키려고 한 어머니와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가정을 뒤로 한 아버지를 비교하며 읽는다면 더욱 흥미롭게 이야기의 흐름을 탈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흐름을 따라 이야기를 만나다 보면 금세 결말에 다다라있을 정도로 재미난 전개를 가진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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